소장자 배익기씨, 강제집행 방어용 소송 ‘최종 패소’

배익기씨가 2017년 4월 9일 경북일보에 보내 온 불타다 만 훈민정음 상주 해례본 일부. 경북일보 DB.
국보급 문화재인 훈민정음 혜례본 상주본의 행방을 찾을 길이 더 넓어졌다. 상주본 소장자인 배익기(56)씨가 문화재청의 상주본 강제회수를 막기 위해 제기한 소송에서 최종 패소해서다.

대법원 민사3부는 배씨가 제기한 청구이의 소송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14일 밝혔다. 상고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에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한 것이다. 1심과 2심에 이어 최종심에서도 패소해 문화재청의 강제집행을 막을 근거도 없다.

판결문에 따르면, 배씨는 2008년 7월 26일 골동품 판매상 조모씨의 가게에서 30만 원을 주고 고서적 2상자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상주본을 몰래 끼워 훔친 혐의로 2011년 9월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형을 받았지만, 대법원이 2014년 5월 29일 배씨에게 무죄 확정판결을 내렸다. 이와는 별도로 대구지법 상주지원은 2010년 6월 25일 배씨가 훔친 상주본을 조씨에게 인도하라는 민사판결을 내렸고, 2010년 12월과 2011년 5월 대구고법과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확정했다.

조씨는 2012년 5월 3일 문화재청에 상주본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듬해 12월 26일 지병으로 숨졌다. 문화재청은 상주본을 배씨에게서 회수하기 위해 민사판결 집행문 부여신청을 했고, 법원은 2016년 12월 14일 집행문부여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배씨는 형사판결에서 상주본을 훔친 혐의에 대해 무죄가 확정됐기 때문에 상주본의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어서 민사판결의 집행력은 배제돼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가 모두 졌다.

한편, 배씨는 지난 3월 26일 상주본의 소유권을 판단한 민사재판과 자신이 절도 혐의로 기소된 1심에서의 핵심 증인 3명을 검찰에 고소했다. 법정에서 배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다는 혐의를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재심을 고려한 조치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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