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8700t 전국 24% 차지…경기 이어 두번째로 많아
폐기물 소각 처리 에너지화 등 선진기술 도입 시급

의성군 단밀면 생송리 일명 ‘쓰레기산’ 현장.
경북이 불법 폐기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불법 폐기물량만 해도 28만8700t으로 전국 폐기물의 24%에 이르는 수치다.

환경부 전수조사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전국 불법 폐기물(방치폐기물·불법 투기·불법수출)은 120만3400t으로 경기도가 69만700t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이 경북 28만8700t, 전북 7만8600t, 전남 3만2400t 순이다. 대구는 300t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이 가운데 불법투기와 불법 수출을 제외한 방치 폐기물로만 볼 때 경북지역에는 총 24만2299t의 폐기물이 방치돼 있으며 지역별로는 의성군 17만2800t, 문경시 2만6538t, 상주시 2만1521t, 포항시 1만t, 경주시 3875t, 영천시 2800t, 울진군 2000t, 영주시 1460t, 구미시 805t, 성주군 500t 등 이다. 방치폐기물 대다수는 폐합성수지와 폐전선, 폐목재 등이다.

일명 ‘쓰레기산’으로 불린 의성군 단밀면 생송리 ㈜한국환경산업개발 사업장은 지난 2008년 중간재활용업으로 허가를 받고 폐기물 처리를 하다가 2014년부터 재활용 생산품 수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허가량인 2157t의 80배 가까운 폐기물을 쌓아 내버려뒀다. 이에 군은 수차례 행정처분을 내리고 고발과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업체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며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아 해외 언론 보도 등으로 국제적 망신을 당하자 결국 정부가 나서 올해 모두 처리를 목표로 다른 재활용 업체와 계약을 맺고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는 상태다.



영천은 고경면·북안면·대창면·신녕면에서 가동이 중단된 공장용지에 대량의 폐기물이 쌓이고 있어 골칫거리다. 북안면에는 불법으로 쌓인 폐기물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해 수천 톤의 폐비닐류가 소실되고 폐기물에서 나온 침출수가 인근 농지로 유입돼 논란을 빚고 있다. 영천시는 폐기물 관리업체의 불법행위와 무단투기에 맞서 행정대집행의 카드를 꺼내며 폐기물처리대책본부를 설치하는 등 강력히 대처하기로 했지만, 행정대집행 뒤 구상권 청구 외에는 사실상 마땅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영천시 북안면 소재 한 폐기물중간재활용 업체의 폐기물 현장.
이처럼 생활 폐기물 방치 현장은 재활용 업체 또는 공장 용도로 신고해 허가를 받았다가 운영이 여의치 못하자 폐기물만 잔뜩 쌓은 채 문을 닫아버리거나 빈 공장을 임대해 폐기물을 버리고 도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행정당국은 제대로 된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거나 주민들이 제기하고 있는 민원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의회도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명확한 해법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영천시 북안면의 한 주민들은 “쌓인 폐기물이 자연발화 해 화재가 발생하는 빈도가 높고 폐기물에서 흘러나온 침출수가 인근의 농경지로 유출되거나 심각한 악취로 인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며 “범정부 차원에서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는 “애초 허가만 내준 채 사업 운영에 대한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지자체도 폐기물 방치 대란에 한몫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관리 감독을 통해 이 같은 불법행위를 근절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포장재 재활용 등 국민이 쓰레기 배출을 줄일 방법을 만들어 홍보하고 에너지 발전 시설로 이어지는 소각장 설치 등의 선진기술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자유한국당 임이자(비례·환경노동위원회 간사) 의원은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를 갖고 불법 폐기물 처리 행정대집행 내용을 담은 환경부와 고용노동부 소관 추가경정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임 의원은 특히 경북지역 불법 폐기물 방치와 관련해 “행정대집행은 불법, 방치폐기물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안이 아니다”며 “화재와 침출수 등으로 인한 인근 주민 건강악화와 환경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이달 중으로 관련한 특별법을 대표발의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생활폐기물 방치 논란이 가시기도 전에 고령군 아림환경 관련 의료폐기물 불법 적치 현장이 고령, 달성, 통영, 김해, 문경에 이어 최근 부산에서도 추가로 발견됨에 따라 경북이 자칫 불법 폐기물 방치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얻지 않을지 지역민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정목 기자
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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