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궁궐 향해 90도 이상 굽어 '예 갖춘 모습' 관광객 눈길 끌어

사전 제16호인 경주 월성에 줄기 끝부분이 지면을 향해 거꾸로 자라고 있는 신기한 소나무가 있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줄기가 거꾸로 자라는 소나무를 보신 적 있습니까?”

지난 2014년부터 유물발굴 및 복원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사적 제16호 경주 월성에 거꾸로 자라는 소나무가 있어 관람객들이 신기해하고 있다.

신기한 소나무는 동궁과 월지 정문 건너편 월성 동쪽 출입구에서 왼쪽으로 20여m 가다 보면 관람로 옆 2m 정도 떨어진 나지막한 언덕에서 자라고 있다.

밑동의 지름이 60~70cm 정도 돼 보이는 이 소나무는 대략 3m까지는 어느 정도 곧게 자라다가 갑자기 남쪽 방향으로 줄기가 휘어진 후 줄기 끝 부분은 아예 지면을 향해 축 늘어져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지가 밑으로 처지는 소나무와는 달리 줄기 자체가 ‘U’자 형으로 지면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줄기 끝 부분에만 있는 3~4개의 조그만 가지에는 짙푸른 솔이 무성하고, 솔방울이 다닥다닥 달려있어 여느 소나무보다 싱싱해 보인다.

특히 이 소나무는 신라궁궐 발굴현장을 향해 90도 이상 허리를 굽혀 마치 ‘예를 표하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어 신기함을 더하고 있다.

그러나 둘레가 2.2km로 수많은 소나무와 잡목이 자라고 있는 월성 발굴현장을 매일 수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지만 거꾸로 자라는 소나무에 대해 발굴 관계자는 물론 인근 주민들도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 소나무는 발굴현장을 관람할 수 있도록 조성한 탐방로 바로 옆 언덕에 위치하고 있지만 일반에 노출되지 않은 채 특이한 형태로 자라고 있는 것이다.

최모(55·동천동)씨는 “가끔 월성을 찾고 있지만 발굴현장만 둘러보고 돌아갔기 때문이 이런 소나무가 있는지 전혀 몰랐다”면서 “강한 생명력으로 거꾸로 자라고 있는 소나무를 보호수로 지정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북산림연구원 담당자는 “가지가 밑으로 처진 소나무는 종종 눈에 띄지만 줄기 자체가 지면으로 향해 자라고 있는 소나무는 흔치 않다”면서 “자라면서 눈이나 태풍 등의 영향으로 줄기가 휘어져 이상한 형태로 자라는 것 같다”고 밝혔다.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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