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리스트서 한국 제외하면 큰 피해 불보듯
대구상의, 업계 피해 가능성 여부 모니터링 강화

일본이 안보상 우호국가로 분류하는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국가 중 한국을 제외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2차 수출규제강화에 따른 피해 우려가 전 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 일본의 백색국가 대상에서 제외되면 그동안 포괄적으로 수출허가를 받았던 모든 전략물자 품목을 개별로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사실상 국내 모든 산업의 무역활동이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다. 자동차부품과 공작기계 등을 포함한 경북·대구지역 내 주력 산업의 경제적 타격 또한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 14일 대일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 분야를 지원하는 동시에 일본의 잇따른 수출규제 강화조치 등 장기전에 대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 산업계에서는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이 시행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측하면서 잇따른 일본의 수출규제조치에 경제적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일본이 반도체 소재를 넘어 대일 의존도가 높은 한국 농업 분야까지 수입규제를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지난 11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이 한국 농산물 수출로까지 번질 경우를 우려했다. 일본은 한국으로부터 파프리카와 토마토, 김치 등을 주요 품목으로 수입하는 한국 농식품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분류된다. 이에 이 장관은 “일부 (규제에) 민감한 품목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규제를 한다면 (비관세장벽인) 검역 규제(SPS)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구미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소재의 수출규제에 이어 탄소섬유와 공작기계 등에 대한 수출규제까지 확산하는 추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일본의 수출규제 피해 최소화 방안’을 논의할 때 나온 수출규제 장기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경연구원 산업혁신연구실 이문희 박사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초프리미어급 스마트 폰 출시 차질 등 지역 IT산업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진단하면서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핵심 부품·소재·장비 등을 선정해 자립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지역 산업계 또한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본의 1차 수출규제품목인 반도체 등 3개 품목은 지역 산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영향이 적은 것으로 분석됐으나 수출규제가 확산하면 모든 사업분야에 직·간접적인 경제적 손실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전체 수출 동향의 12.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자동차부품업의 피해는 더 클 것으로 관측된다.

대구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한국이 일본의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되면 영향을 받는 업계 폭이 넓어져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며 “자동차부품 등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피해 현황을 계속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수출규제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도체 산업의 경우 경북·대구지역은 생산유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지역보다 낮아 대외환경 변화에 매우 취약한 구조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구의 생산유발의존도(2013년 기준)를 살펴보면, 내수에 의한 생산유발 비중은 34.1%로, 나머지 65.9%는 다른 지역의 수요에 따른 생산으로 조사됐다. 경기(21.4%), 충남(14.5%), 경북(11.4%), 서울(3.9%)지역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이다. 수요의존도 또한 2010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파악돼 일본 수출규제조치에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일본의 2차 수출규제조치마저 시행된다면 수입품목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과 물량을 확보하는 기간에 지역 산업경제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경연구원 정군우 경제산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실제 일본의 수출규제에 해당하는 업계 비중이 낮거나 금액이 적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며 “경북·대구가 상대적으로 타 지역 생산에 의존하는 정도가 높기 때문에 일본 수출규제가 내수침체로 이어지고, 생산량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벌어지면 지역 업계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한편, 일본은 지난 12일 열린 한일 전략물자 수출통제 담당 실무자 간 양자 협의에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오는 24일까지 내부적으로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결정사항을 공포하면 8월 말께 첨단소재를 비롯한 전자, 통신, 항법 장치 등 1100여 개의 수출 품목에 대한 규제가 한층 강화된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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