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법원

통상적으로 공동주택인 아파트에 거주하는 경우 이웃집에서 발생하는 통상적인 수준의 소음은 어느 정도 참아야 할 의무가 있다. 또 이웃을 배려해 과다한 소음을 발생시키지 않을 의무도 있다. 이웃이 층간소음을 실제 유발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항의한다는 명목으로 이웃에게 욕을 하는 등 심각한 고통을 준 아파트 주민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은 판결이 나왔다. 

사건은 2017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월 22일 대구의 한 아파트로 이사한 A씨 가족은 아래층 B씨 부부와 층간소음과 관련한 갈등을 겪기 시작했다. 

3월 12일 첫 다툼이었다. B씨는 인터폰으로 위층에 사는 A씨 아내와 통화하던 중 말다툼을 벌였고, 서로 반말을 하거나 욕설을 주고받았다. 

당일 A씨 부부는 아래층 B씨에게 심한 말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한 뒤 "우리 집이 아니라 다른 집에서 나는 소음인 것 같다"는 취지의 설명을 하던 중 또다시 다툼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A씨 아내가 초등학교 교사인 점과 B씨가 방과후 교사라는 사실을 서로 알고 있다는 사실에 격분해 다툼이 더 커졌다. 시간이 좀 지난 뒤 아래층 B씨는 아파트 6층에서 4층으로 내려가던 중 발견한 A씨의 미성년 자녀 2명에게 "너희가 범인인 것 다 알아"라는 말도 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B씨는 한 달 뒤 14차례에 걸쳐 A씨 집에 인터폰을 통해 층간소음 발생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고, A씨 아내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쥐새끼나 바퀴벌레, 싸가지 등의 단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대구시교육청 장학사에게 초등학교 교사인 A씨 아내가 공중도덕을 준수하지 않고 주민에게 민폐를 끼치는 행동을 해서 고발한다는 취지의 민원을 6차례 내기도 했다. 

A씨 가족은 B씨 부부를 상대로 3100만 원 상당의 위자료를 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웃으로서 수인한도를 넘는 불법행위 때문에 자녀들이 정서적인 학대를 당한 데다 명예까지 훼손당한 점을 강조했다. 

대구지법 제24민사단독 황형주 판사는 지난 12일 "피고는 A씨 가족에게 각 100만 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황 판사는 "이웃이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소음을 발생시킨다면 항의하거나 이의를 제기해 바로잡을 수는 있지만, 심한 욕설 등의 표현은 일반적으로 감내할 수준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가 교육청 장학사에게 민원을 제기한 점은 단순히 이웃 간의 갈등을 넘어서 원고의 직업과 관련한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어린 자녀들에게 ‘범인’이라는 말을 사용함으로써 큰 정신적 충격을 준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들의 평온한 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해 수인하기 어려운 고통을 가한 것으로서 민법상 불법행위가 성립한다"며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 또한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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