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못 살렸단 결론에도 색깔 2개만 바꾼 개선안 고집…언론·시의회 반발에 장기 표류

기존 대구 브랜드 슬로건 디자인 안과 대구시가 새롭게 제시한 디자인 안. 대구시.
기존 대구 브랜드 슬로건 디자인 안과 대구시가 새롭게 제시한 디자인 안. 대구시.

속보 = 대구시의 도시브랜드 슬로건 ‘컬러풀 대구’(Colorful Daegu) 개선작업(경북일보 6월 10일 자 5면 단독보도 등)이 결국은 실패한 브랜드에 혈세 3억5000여만 원과 인력만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시는 2015년 4월 8일 ‘대구 도시브랜드 상징체계 재구축사업’ 계획을 수립하면서 ‘컬러풀 대구’ 자체를 대구의 정체성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한 것으로 결론 냈지만, 원 모양 디자인 색상 2개만 바꾼 ‘컬러풀 대구’를 대구의 브랜드 슬로건으로 쓰겠다고 고집하고 있다. 다만, 지난달 ‘대구시 도시브랜드 가치 제고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까지 했다가 언론과 대구시의회 반발 때문에 조례안 심사 요청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5분 발언을 통해 “아파트 한 채 돈으로 작은 동그라미 2개 색깔만 바꾼 전형적인 예산 낭비”라고 지적한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김재우 의원과 확인작업을 거친 결과다. 실제 2015년 도시브랜드 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수년간 ‘컬러풀 대구’를 홍보해도 여전히 대구 이미지 조사에서 사과나 팔공산이 조사된다는 것은 ‘컬러풀 대구’ 슬로건의 실패를 상징하는 것”이라는 평가를 했다.

도시브랜드 슬로건 개선작업 자체도 혈세 낭비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2015년 10월 15일 1차 계약을 맺은 A디자인회사와 새로운 도시브랜드 구축을 진행하면서 4차례나 더 연장계약을 추진하면서 명목에도 없는 예산 1500만 원을 증액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구경북디자인센터라는 전문기관을 외면하고 정책중심의 연구기관인 대구경북연구원에 용역을 준 뒤 계약을 연장했고, 용역 기간에 다른 디자인회사와 계약을 맺는 등 부실하게 운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시는 김 의원에게 자료를 제출하면서 용역계약을 8차례가 아닌 4차례만 한 것으로 속이기도 했다.

김재우 시의원은 “2015년 스스로 실패라고 검증한 ‘컬러풀 대구’로 돌아가는 것이 과연 최선의 행정이냐”면서 “통일성을 갖춘 중장기 홍보전략이 없는 상태에서 단순하게 도시브랜드를 교체하겠다는 근시안적 행정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용역계약 변경을 남발한 A 디자인회사가 전문성이 부족했다는 점을 방증하는 점 등을 고려해볼 때 4년간 8번의 용역을 통해 시민 혈세와 행정력을 낭비한 전형적인 나쁜 사례”라면서 “근본으로 다시 돌아가 무엇부터 잘못됐는지,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권영진 대구시장은 절실하게 살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기동 대구시 홍보브랜드담당관은 “대구시의회와 시민 여론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 같다”며 “그렇다고 해서 새롭게 내놓은 안을 폐기할 수 없으니 시의회와 시민을 잘 설득해서 8월 회기 때 심사 신청을 하겠다”는 답만 내놨다.

관련기사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