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공사(수공)의 생색용 기부시설로 지방자치단체가 골병이 들고 있다. 수공이 만들어 구미시에 기부한 시설들이 사실상 제 기능을 못하고 운영비만 축낸다는 것이다. 수공 관계자의 말대로 남구미대교 전망대는 4대강 사업, 해마루공원은 4공단 조성계획에 따라 만들어진 시설인데 이들 시설의 운영권을 덥석 넘겨 받은 구미시가 매년 수억 원에서 수천만 원의 운영비만 날리게 됐다.

지난달 26일 문 연 구미시 산동면 꿈담놀이터는 수공과 구미시가 입을 모아 경북 최초의 ‘아동친화놀이터’라 자랑했다. 하지만 인근 아파트나 주택 단지와 멀리 떨어진 곳에 만들어져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다. 그것도 대로를 건너야 해서 아이들이 위험천만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놀이터에 가는데 부모가 자동차로 태워줘야 할 지경인 것이다. 이뿐 아니라 주차장도 없고, 준공한 지 20일이 지났는데도 가는 길이 막혀있기까지 하나니 한심한 일이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아파트 안에 어린이 놀이터가 있는데 굳이 대로를 건너 놀이터에 아이들을 보낼 일이 있겠나”고 반문하고 있다.

인근의 해마루공원은 더욱 가관이다. 구미 국가 4산업단지 전망대였던 해마루공원은 3년 전인 2016년 2월 공원 앞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전망대 구실을 못하고 있다. 전망대에 오르는 길이 가팔라서 주민들이 이용을 꺼리고 있다. 또 구미시 공단동 남구미대교 전망대도 지어 놓았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 방치되고 있다. 이 두 곳 모두 수공이 조성한 후 해마루공원은 2008년, 남구미대교 전망대는 2012년 구미시에 기부했다. 이처럼 유독 수공이 기부한 시설들이 주민들에게 외면 당하고 쓸모가 없어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이는 수공이 구미 공업단지 조성으로 막대한 이익을 가져간 데 대한 보상을 구미시에 하는 것이 아니라 부담만 안기는 꼴이다. 수공이 생색내기용으로 기부한 시설들로 운영비만 날리게 됐으니 하는 말이다. 운영권을 넘겨받은 구미시는 매년 인건비, 시설물 유지보수비 등 운영 예산으로 해마루공원에 1억9000만 원, 남구미대교 전망대에 2000여만 원을 편성하고 있다.

이 같은 유명무실한 시설물을 건립한 후 선심 쓰듯 구미시에 기증하는 수공의 반복되는 행태에 주민들의 눈길이 곱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윤종호 구미시 의원은 “한국수자원공사가 공단 용지의 일정 부분을 공원으로 기부한다는 취지로 이름만 그럴듯하게 해서 구미 시민에 돌려줄 것이 아니라, 접근성이 좋고 테마가 있는 공원 조성으로 아이들이 실질적으로 자연과 더불어 인성을 키워갈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수공은 형식적이고 생색내기용으로 시설들을 기부채납 해서는 안 된다. 면밀한 계획 없이 선심 쓰듯 기부한 서설들로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재정만 축낼 뿐이다. 자치단체 또한 기부랍시고 주는 대로 덥석 받을 일이 아니다. 시민 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운영에 어려움은 없는 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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