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수사 여부도 몰라 답답"

17일 포항시 남구 해병대 1사단에서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추락 순직 장병 추모식’이 열렸다. 해병대 1사단 제공
“정말 미칠 것 같습니다. 1년이 흘렀지만 바뀐 건 아무것도 없어요…”

지난해 7월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추락사고로 희생된 5명의 해병을 기리는 추모식이 17일 포항시 남구 해병대 1사단에서 열렸다.

이번 추모식은 고인의 유가족을 비롯해 동료 해병들과 군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3월 설치된 마린온 추락사고 순직 장병 위령탑 앞에서 진행됐다.

추모식 내내 입술을 깨물고 주먹을 쥔 채 굳은 표정을 유지하던 유가족들은 헌화를 위해 다가선 위령탑에 새겨진 순직 장병 5명의 얼굴 부조상을 마주하자 끝내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한 손으로는 입을 막고 남은 한 손으로 부조상를 어루만지며 슬픔에 잠긴 유족들도 더러 있었다.

이날 박영진 변호사(故 박재우 병장 삼촌)는 “지난 16일 검찰에 사고 및 조사와 관련한 철저한 수사를 비롯해 관련 기관 처벌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에 제출했다”며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통해 제2, 3의 마린온 추락사고 가능성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어 “사고 발생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대로 된 수사가 진행되는 지 여부조차 알 수 없다”며 “유가족이 원하는 건 의혹 한 점 없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해 관련자를 찾아 책임을 묻는 것 단 하나뿐”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17일 포항시 남구 해병대 1사단에서 열린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추락 순직 장병 추모식’에 참석한 유가족이 헌화를 마친 후 순직 장병의 얼굴이 새겨진 부조상을 어루만지며 슬픔에 잠겨 있다.
유가족 헌화와 분향이 끝난 뒤엔 심승섭 해군참모총장과 이승도 해병대사령관, 최현국 합참차장, 이남우 국방부 인사복지실장, 김현종 청와대 국방개혁비서관 등의 순으로 헌화와 분향을 했다.

박신한 대구지방보훈청장과 박명재(포항남·울릉)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장경식 경북도의회 의장 등도 헌화 및 분향에 참여했다.

이후 위령탑 참배를 마지막으로 추모행사를 마친 참석자들은 대전 현충원 순직 장병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별도의 추모 시간을 가졌다.

한편, 지난해 7월 17일 포항 남구 포항비행장 활주로에서 시험비행에 나선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이 이륙 직후 주로터(주회전날개)가 분리된 뒤 동체가 지상에 충돌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마린온에 탑승 중이던 장병 6명 중 5명이 숨진 가운데 정비사 김모(43) 상사는 당시 심각한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 다행히 생명은 건졌으나 현재, 집 근처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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