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제공=연합뉴스]

50년 전에 편지를 넣어 바다에 띄운 유리병이 호주 남부 해변에서 발견돼 편지를 썼던 이에게 돌아가게 됐다.

남호주에 사는 폴 엘리엇이라는 남성과 그의 아들 자이야는 최근 호주 남부의 에어 반도 서쪽 해변에 낚시하러 갔다가 유리병 하나를 발견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병 안에는 군데군데 찢어졌지만, 손글씨가 선명한 편지 한 장이 들어 있었다. 편지 맨 위에 적힌 날짜는 1969년 11월 17일이었다. 1988년 합병돼 사라진 시트마 여객선 회사의 로고가 그 옆에 있었다.

이 편지에서 자신을 13세의 영국 소년이라고 소개한 폴 길모어는 호주 서부 프리맨틀에서 남부 해안을 따라 동부 멜버른까지 배를 타고 가는 중이라고 했다.

길모어는 편지에서 자기가 탄 배가 페어스타(Fairstar)라고 설명했다. 이는 1960년대에 시행된 이주 지원 계획에 따라 영국에서 호주까지 이주민들을 실어 나르던 배다.

길모어는 누구든 이 편지를 찾으면 답장을 해 달라고 덧붙이며 멜버른의 주소도 남겼다.

엘리엇 부자는 편지를 발견한 사실을 호주 ABC방송 라디오에 알렸고, 방송사 측은 편지의 주인을 찾아 나선 뒤 지난 11일 길모어의 누이인 애니 크로스랜드와 연락이 닿았다.

크로스랜드는 ABC에 “놀랍고, 정말 대단하다”며 길모어가 “입이 귀에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편지를 본 길모어의 형제 데이비드도 놀라워하며 “편지를 보니 길모어가 쓴 것이 맞다”고 했다.

길모어를 비롯한 가족들은 1973년까지 호주에 살다 영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우연히도 길모어는 현재 북유럽 발트해에서 크루즈 여행을 하는 중이라고 크로스랜드는 전했다.

그는 길모어가 배에 타는 걸 즐기는 편이 아니라며 “마지막으로 그가 배에 탄 건 호주에 갈 때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BC는 편지가 든 병이 영국에서 호주로 향하는 마지막 여정인 프리맨틀과 멜버른 사이의 항로에서 띄워졌을 것이라고 추측된다고 전했다.

호주 해양학자 데이비드 그리핀은 “바다는 절대 멈춰 있지 않기에” 이 병이 호주 남부 해안에 50년간이나 떠 있었을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병이 바다에 1~2년여간 떠다니다 해변에 오랫동안 묻혀 있게 된 뒤 태풍이 불어 다시 바다로 나가게 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호주에서는 지난해 3월 132년 된 병 안에 담긴 편지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는 독일 선박이 바다에 띄운 것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유리병 편지 중 가장 오래된 것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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