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음의 낯선 메시지
그의 죽음은 언제나 뒷전이다
한 때의 시간과 공간이 포로 떠져 나온다
틈과 틈 사이
틈 속으로 쏟아지는 풍경이 본다
그의 영정이 맑다
맑은 틈 향으로 새어 나온다
산 자는 붉어진다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멋쩍어한다
죽어서 불러들인 자가
산 자를 꽁꽁 묶는다
죽어서도 웃는다
살아서도 운다
그가 보는 틈새로 삶이 지나간다




<감상> 갑작스러운 부음의 메시지는 그 사람이 살다간 전 생애를 기억하기보다 한 때의 시간과 공간만을 떠오르게 한다. 틈 사이에서 풍경이 쏟아진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일찍이 고인이 된 친구 중에 고등학교 시절 교복자율화로 교련복으로 사계절을 대신한 풍경이 떠오른다. 함께 하여 위안이 되었던 틈이었다. 산 자는 붉어지고 멋쩍어하며, 죽은 자의 얼굴은 맑고 웃는다. 사라지는 그는 틈새로 어떤 삶을 남기고 가는가. 살아 있는 이에게 나는 좋은 풍경일지, 나쁜 풍경일지 한번만이라도 자문해 보자. 그러면 제 욕망을 위해 남을 짓밟아도 되는지 성찰하게 되고 맑은 틈을 남기게 될 것이다.<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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