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끝내 시의회와 시민, 언론의 비판을 외면했다. 권영진 시장은 4년 가까운 기간 동안 3억5800만 원의 예산을 들이고도 큰 변화 없는 대구 도시브랜드 슬로건 ‘컬러풀 대구’ 개선작업에 대한 합리적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불통 행정이 어디 있나.

권 시장은 대구시의회 시정 질문 답변에서 “대구시민, 전문가들과 숙의와 대안 제시과정을 거치면서 ‘컬러풀 대구’를 리뉴얼 한 것 자체가 값진 것이다. 실패나 예산 낭비, 헛된 과정이 결코 아니다”고 했다. 심지어 “수억 원의 가치가 있다”고도 했다. 권 시장은 ‘과정에서의 가치’라 했지만 ‘잘못된 결과의 리스크’는 말하지 않았다.

도시브랜드 슬로건 개선에 든 3억5800만 원이 8조 원이 넘는 대구시 1년 예산에 비하면 아주 적은 돈일지 모른다. 하지만 권 시장 스스로 말한 것처럼 ‘동그라미 색상 두 개만 바꾸는데’ 들인 비용으로는 과해도 너무 과했다. 과정이 정당했다고 해도 결과가 의미 없거나, 의미가 박약하다면 그것은 실패한 것이다.

브랜드 슬로건은 동그라미 두 개의 색깔을 바꾸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 슬로건이 들어가는 명함에서부터 봉투, 각종 도시의 시설물까지 모두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3억5800’의 비용만 드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데도 권 시장은 “실패라 생각 않는다”고 강변하고 있다.

권 시장의 말을 좀 더 알기 쉽게 풀면 ‘수술 과정은 잘 됐는데, 병증은 호전되지 않은’ 것을 두고 ‘과정이 잘 됐으니 됐지 않느냐’고 우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럴 것이면 굳이 돈 들여 브랜드 슬로건 교체작업을 할 이유가 없지 않나. 2015년 대구시도시브랜드위원회가 2004년 만든 ‘컬러풀 대구’가 시민 공감을 얻지 못한 실패작이라 인정했는데도 ‘컬러풀 대구’를 다시 고집한다는 지적에 대해 권 시장은 “옛 것을 고쳐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에 결코 실패가 아니다. 부족했을지언정 실패가 아니다”고 했다. 이 같은 권 시장의 답변은 본질적인 문제를 회피한 채 말을 가리키며 사슴이라 우기는 궤변이나 다름없다.

이영애 문화복지위원장은 “어린아이가 봐도 이건 아니다 싶은데, 권 시장은 고집을 부리면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혈세 낭비로 불리는 ‘컬러풀 대구’ 개선안을 변경하는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 했다.

‘컬러풀 대구’ 브랜드 슬로건 개선 작업의 잘못에 대한 비판을 애써 회피하는 대구시의 행정이 ‘불통행정의 대표 브랜드’가 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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