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인문학] 편리함이라는 혁명
[돌봄의 인문학] 편리함이라는 혁명
  • 최영미 시인·포항대학교 간호학과 겸임교수
  • 승인 2019년 07월 18일 18시 07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7월 19일 금요일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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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최라라)시인·포항대학교 간호학과 겸임교수
최영미(최라라)시인·포항대학교 간호학과 겸임교수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컴퓨터, 인터넷의 등장으로 정보의 혁명이 이루어졌던 3차 산업혁명을 지나 초연결(hyperconnectivity)과 초지능(superintelligence)의 시대가 왔다. 이 엄청난 변화에 사람들은 아무런 대처도 없이 젖어 들고 있다. 적어도 3차 산업혁명까지는 사람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다. 인간의 판단력이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등장함으로써 더 이상 사람의 이성과 판단이 필요치 않은 시대가 되어버렸다. 인공지능은 사람과 유사한 사고를 하고, 사람보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한다. 수술 로봇이 등장하여 보다 완벽한 수술을 하게 되었고 심지어 사람과 같은 체온을 지닌 로봇이 개발되어 환자들의 아픈 곳을 어루만져주는 역할까지 하게 되었다. 비단 의료계만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대표적인 예가 자율 주행 자동차의 등장이 될 것이다. 운전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고 불편한 일이었지만 자율 주행 자동차는 사람들의 그런 불편함을 덜어줄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자신과 가족의 안녕을 한 치 의심 없이 인공지능에 맡긴 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것은 머지않아 상용화가 될 것이라고 한다

편리함은 사람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고 시간의 쓰임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게 한다. 그러나 이 편리함은 사람이 가진 많은 기능을 상실하게도 한다. 지난 어버이날 선물로 딸이 로봇청소기를 보내왔다. 그 전에는 청소기를 끌고 방 구석구석을 걸어 다녔으며 엎드려 바닥을 닦거나 긴 밀대로 바닥을 닦았다. 그 시간은 간단한 운동 효과는 물론이고 많은 생각을 정리하기에도 좋은 시간이었다. 엎드려 바닥을 닦는 행위는 특히 여성의 골반 근육을 튼튼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며 쇠약해져 가는 팔의 근육을 단단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그런데 로봇청소기가 생기면서 그 일을 하지 않게 되었다. 편리함은 가사노동에 대한 시간을 절약하게 해 주었지만 그때 사용되었던 몇몇 근육들은 별다른 감각 없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퇴화되고 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결국 이런 편리함으로 사람들은 사람의 자리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있던 자리를 기계가 대신하고 기계에 자리를 내어준 사람들은 설 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사태가 시작되고 있다. 사람은 사람보다 기계를 믿게 되었고 기계의 치밀한 능력을 사려고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방황하고 있고 삶의 격차는 눈에 띄게 심각해지고 있다. 사람의 편의를 위해 만든 기계들, 그 기계에 자리를 뺏긴 사람들이 오히려 그들의 노예가 되는 형상이 되었다. 컴퓨터가 사람을 적으로 인식하고 공격하는 공상과학 영화는 지금까지 미래를 보여주는 영화들이 그러했듯 곧 우리의 현실이 되고 말지도 모른다.

편리함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다. 목표로 하는 삶으로 가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그것이 사람을 무능하게 만들고 사람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고 있다. 이즈음 우리는 말에게 채찍을 휘두를 것만이 아니라 고삐를 늦추고 말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우리를 잘 데리고 가고 있는지, 그 길이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이 맞는지 점검해보아야 한다. 우리가 눈을 감은 채 말에게 알아서 하라고만 한다면 어떤 결과가 빚어질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될 것이다. 산업혁명은 사람을 위해 사람들이 일궈낸 과학적 성취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은 어쩌면 사람들에게는 위기일지도 모른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고삐는 아직 우리 손에 있다는 점이다. 눈을 뜨자. 현재 내 손에 잡힌 고삐를 잡고 속도를 어떻게 할 것이지, 방향을 어디로 정할 것인지 내가 조종하기로 하자. 어떤 편리함은 필요악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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