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지른 50대 사망…유서 남겨, 부상자 2명 중 1명 의식불명
경찰, '공소권 없음' 마무리할 듯

지난 17일 오후 대구시 남구 대명동 한 스크린 골프장에서 발생한 방화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18일 오전 경찰과 소방 합동 감식반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전날 오후 7시께 이웃 주민이 소음을 문제 삼아 불을 질러 1명 사망,2명이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받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18일 오전 11시 대구 남구 한 골프연습장.

이 골프연습장은 지난 17일 오후 7시께 일어난 화재로 건물 창문이 모두 깨져 검게 탄 내부가 드러나 당시 참담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경찰이 화재 현장을 통제했으며 불탄 건물 일부에서 매캐한 연기가 하루가 지나고도 올라오고 있었다.

경찰은 해당 골프연습장은 옆 주택에 살던 A씨(58)가 불을 낸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날 현장감식을 진행했다.

이번 화재로 A씨가 숨졌으며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는 B씨(52)와 B씨의 부인(49)이 화를 입었다.

B씨는 의식을 회복했으나 부인은 아직 의식이 없는 상황이다.

A씨는 골프연습장 바로 옆 주택에서 자신의 친인척과 거주했으며 별채에 혼자 살았다.

같은 주택에 살던 A씨의 유가족들은 7년 전 골프연습장이 들어서면서 소음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골프연습장이 A씨가 살던 방 벽면에서 1m 거리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치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오고 밤 10시가 지나면 소음이 심해져 불면증도 생겼다는 것이다.

구청에 민원을 여려차례 넣었으며 골프연습장을 여러 번 찾아갔지만,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A씨 방에는 A4용지 5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가족들이 유서를 확인한 결과 그동안 소음 문제를 제기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유가족은 “출입구도 달라 매일 보지는 못했지만 3일 전 저녁을 같이 먹는 등 평소와 다른 점은 없었다”며 “유서를 남긴 것으로 봐서 돌아오지 않을 각오를 했던 것 같다”고 담담한 심경을 보였다.

지난 17일 오후 대구시 남구 대명동 한 스크린 골프장에서 발생한 방화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18일 오전 경찰과 소방 합동 감식반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전날 오후 7시께 소음 문제로 인한 방화 사건으로 1명 사망,2명이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받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5년 전 이사로 이곳을 떠났지만 가끔 동네를 찾아 주민들과 어울린다는 오경주(65)씨도 골프연습장 소음이 심각했다고 고개를 가로 지었다.

B씨가 소음을 줄이기 위해 방음벽을 치겠다고 답변했지만, 지금까지 바뀐 것이 없다고 전했다.

인근 주민들은 소음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B씨도 노력하는 등 인명피해가 난 것 자체에 안타까운 반응을 보였다.

화재가 난 건물 인근에서 일하는 한 주민은 B씨가 소음 문제에 신경을 썼다는 것이다.

방음벽을 설치하기 위해 공사 견적을 내봤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B씨가 인근 주민들과 잘 지내기 위해 주차장을 개방하는 등 나름 노력을 했다고 덧붙였다.

한 주민은 “손님이 많을 때는 골프 가방 50여 개가 맡겨질 만큼 장사가 잘됐던 곳”이라며 “그나마 이른 시간에 화재가 나 큰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해 현장 감식과 목격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최초 발화지점은 주차장에서 1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난 것으로 보고 있으며 CCTV 확인 결과 A씨가 인화물질에 불을 붙이는 장면을 확보했다.

다만 A씨가 숨진 만큼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조한윤 기자
조한윤 기자 jhy@kyongbuk.com

소방, 경찰서, 군부대, 시민단체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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