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판단만 앞세운 법 신설, 회장선거 가이드라인도 못 정해
체육단체 통합 이어 불만 고조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지방의회 의원의 각종 체육단체장(장애인체육회 제외)겸직 금지법이 시행 6개월을 앞두고도 세부시행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또 한차례의 시행착오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16년 체육단체 통합에 이어 지자체장의 체육단체장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한국스포츠가 정치권 입김에 혼란이 야기될 전망이다.

국회는 지난 1월 15일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지방의회 의원의 각종 체육단체장(장애인체육회 제외)겸직을 금지하는 국민체육진흥법 제43조의 2(체육단체의 장의 겸직 금지)을 신설, 2020년 1월 16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그러나 이 조항은 국내 스포츠 현실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정치권의 판단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 법 시행 6개월을 앞두고 지방체육회장 선출을 위한 근거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광역 및 기초단체 체육회의 경우 사실상 해당 자치단체로부터 예산 전액을 지원받는 보조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판단만 앞세운 법 조항으로 인해 자칫 한국 스포츠 기반이 무너질 우려까지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문제로 떠오른 것이 회장 선출 방법이다.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종목별 중앙단체의 경우 이미 민선체제가 구축돼 있지만 지자체장이 겸직해 온 지방체육회장과 각급 종목단체의 경우 마땅한 인물을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태다.

무엇보다 이번 겸직금지법이 스포츠단체를 이용한 정치적 활동 배제가 주목적이기 때문에 ‘누가 아무 목적도 없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출연금은 물론 각종 행사 때마다 만만찮은 비용을 내놓겠는가’ 라는 문제로 이어진다.

실제 경북의 경우 광역 및 기초단체 종목단체 회장 중 상당수가 소정의 출연금을 내놓지 않아 회원들과 갈등을 빚다 자리를 내놓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음을 감안하면 규모가 훨씬 더 큰 지방체육회장은 난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회장 출마자가 많을 경우 선출방식도 문제다.

대한체육회는 일단 각 종목별 회원단체장 등으로 구성된 대의원회를 중심으로 각 단체별 규모에 맞도록 선거인단을 구성하는 회장선거 가이드 라인을 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지난 18일 전국 광역체육단체TF회의를 개최한 결과 일부 단체에서 ‘대의원회를 위주로 한 선거인단 구성 시 현 단체장 반대세력과의 충돌이 불가피하게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17개 광역단체별 서로 다른 의견이 충돌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이로 인해 대한체육회는 오는 24일 7월 이사회에서 가이드 라인을 정하려던 계획을 8월 이사회로 연기시키는 한편 세부 의견수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기초단체 체육회장 선거 가이드 라인은 아무리 빨라도 9월에나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회장선거 문제부터 벽에 부딪히자 지자체와 지자체체육회는 혼란에 빠졌다.

결국 인물 구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선거일정까지 쫓기게 되는 상황까지 내몰리자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자체 관계자는 “법 시행이 코앞에 다가왔는데 아무 근거조차 없으니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며 “정치권이 자기들 이익을 위해 법 조항 하나만 달랑 만들어놓고 법을 시행하라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체육계의 한 관계자는 “반강제적인 체육단체 통합으로 인한 갈등의 골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겸직금지 조항까지 만들어 전국 지방스포츠계가 사실상 맨붕상태”라며 “자칫 한국 스포츠기반이 무너지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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