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찰청 1층 무학갤러리서 27일까지 전시

22일 오후 대구경찰청 1층 무학갤러리에서 ‘휴먼에이드 전’이라는 이름의 발달장애인 작가 전시회가 열린 가운데, 김태환 작가가 작품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가로 31㎝, 세로 46㎝의 캔버스 안의 돼지 4마리가 해변에서 한가롭게 휴가를 보내고 있다. 옆에 걸린 액자 속 2마리의 돼지는 주황빛으로 물든 단풍 아래에서 서로 얼굴을 기대며 웃고 있다. 물감과 색연필로 상상력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이는 김태환(23)씨다. 돼지띠다. 발달장애인이지만 화가로 활동하는 김씨는 사계절 자연 속에서 돼지가 뛰어노는 모습을 주로 그린다. 김씨는 “지체장애 2급의 나 대신 자유롭게 뛰노는 돼지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2010년 K-ART 국제 학생 미술작품 공모전에서 동상을 받는 등 5여 개의 미술상을 수상했다.

김씨와 같이 발달장애인인 박나혜(24·여)씨는 물감으로 형형색색의 동그라미에 흰색 꽃과 분홍색 하트를 그려 넣었다. 남자친구에 보내는 무한한 사랑의 표현이다. 그녀는 “남자친구에게 꽃도 주고 싶고, 결혼하고 싶어서 그림을 그렸다”며 수줍어했다.

김태환·박나혜씨와 같이 발달장애인 화가들이 상상력을 담은 그림을 무기로 세상에 나왔다. 22일부터 27일까지 대구지방경찰청 1층 무학갤러리에서 갖는 '휴먼에이드 전'을 통해서다.

11명의 발달장애인 작가들은 내로라하는 미술공모전 입상경력을 갖고 있으며, 꽃과 동물, 자연 등 각양각색의 소재를 이번 전시회에서 그림으로 표현했다. 관람객들의 호평도 받았다. 전시회를 관람한 송민헌 대구경찰청장은 “평소 접해보지 못한 독특한 그림들을 볼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

전시회를 마련한 휴먼에이드 대구경북지회는 발달장애인이 가진 개성적인 능력에 주목했다. 장애인들 중에 글·그림·사진 등 특정 분야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런 재능을 더욱 키워 사회와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이번 전시회를 열었다. 김태환씨의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 아들이 전문과정을 거쳐 그림작가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며 “전시회를 통해 화가로서의 아들을 세상에 알릴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

김준호 휴먼에이드 대구·경북지회장은 “장애인들은 특정 분야에서 재능을 가지고 단순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그림을 즐겨 그리거나 전문적인 실력을 가진 작가들이 시민들과 함께 생생하게 호흡하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시회를 통해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한윤 기자
조한윤 기자 jhy@kyongbuk.com

소방, 경찰서, 군부대, 시민단체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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