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가 처음 등장한 것은 13세기, 중국 송나라 때였다. 몽골 기마병의 기습을 막기 위해 지뢰를 사용했다. 지뢰는 실크로드를 따라 유럽에 전해져 수성전(守城戰)에 사용됐다. 지뢰는 가장 비인도적 무기로 지탄받는다. 평화협정을 맺으면 전쟁은 끝나지만 땅 속에 묻힌 ‘지뢰전’은 언제 끝날 지 모르는 것이다.

전 세계 곳곳에 깔린 지뢰는 1억1000만 발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마다 지뢰 폭발로 죽거나 다치는 사람이 1만여 명에 이른다. 한반도도 그야말로 세계적인 ‘지뢰밭’이다. 합동참모본부 자료에 의하면 비무장지대(DMZ) 내 786곳에 38만 발, 민통선 이북 지역 433곳에 38만9000발, 민통선 이남 22곳에 5만 발의 지뢰가 매설돼 있다. 이뿐 아니라 후방지역 67곳에도 9000발 정도의 지뢰가 매설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뢰 폭발로 인한 인명 피해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최근 10년간 34건의 사고로 30여 명이 죽거나 다쳤다. 군인 뿐 아니라 농사나 야생 식물 채취를 위해 위험지역에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DMZ 일대 지뢰를 모두 제거하는 데만 전방 사단의 11개 공병대대를 모두 투입한다 해도 20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군 당국이 1990년대 말부터 전 후방의 지뢰 제거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장비와 인력부족으로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국토 전역의 지뢰를 제거하는데 400년 이상 걸릴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있다.

경북과 대구에도 지뢰지대가 있다. 호미반도해양관광단지 계획 등 개발계획이 마련되고 있는 포항 호미곶면의 반공 포대가 있던 봉화산 등 3곳에 지뢰가 매설돼 있는 것이 알려졌다. 또 대구 달성군의 최정산 일대에도 지뢰가 매설돼 있다.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곳에 지뢰밭이 있어서 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제거 작업이 이뤄지게 해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곳곳에 등산로가 만들어지고, 사람들의 발길이 닫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개발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언제 어디서 사고가 터질 지 모를 일이다. 후방 지뢰밭부터 제거작업을 해야 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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