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안실련 '이기백법' 제정 촉구

지난달 이기백(12) 군이 또래 3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앞서 지난 2월 18일 부산 해운대 한 호텔 수영장에 설치된 사다리에 팔이 끼이는 불의의 사고를 겪은 지 100여 일 만이다. 당시 이 군은 14분 동안 물속에서 버티다 뒤늦게 구조됐지만, 끝내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하 대구안실련)은 23일 이 군과 같은 사고 위험이 지역 내 수영장 곳곳에 도사린다며 유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일명 ‘이기백법’ 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1일부터 20일까지 이 군이 사고를 당한 수영장 현장조사와 대구지역 내 수영장을 조사한 결과, 안전기준조차 없는 실정이라며 안전제도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안실련은 이 군 사고가 호텔 수영장과 연결된 사다리의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분석했다. 호텔 사다리는 함몰형 구조로 벽면과 발판 사이 간격이 65㎜에 불과해 끼임 사고가 났을 때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군이 비교적 수심(70㎝)이 낮은 수영장에서 사고를 당한 점도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근거가 됐다.

대구지역 수영장에 설치된 사다리도 대부분 유사한 구조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안실련은 수영장 28곳 가운데 이 군이 사고를 겪은 사다리와 유사한 함몰·돌출형 봉구조 계단을 설치한 수영장이 12곳이라고 설명했다.

또 유아와 어린이가 사용하기에 부적합한 수직 계단형 8곳, 미설치는 5곳이라고 밝혔다.

대구안실련 관계자는 “체육시설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등에도 수영장 사다리에 대한 안전기준이 없고, 수영장 관리자들은 사고위험을 인지하지 못한 채 운영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대형 목욕시설을 비롯해 국내 수영장 등에 대한 국내 기준을 마련하도록 관계 당국이 전국적으로 실태를 전수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다리(계단)와 벽면 간격을 150㎜ 이상 확보하고, 어린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설들을 개선해야 한다”며 “이 군과 같은 사고를 다른 아이가 겪지 않도록 관련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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