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는 값싸고 맛이 있어 서울의 가난한 선비들이 많이 사 먹은 물고기다” 고서 ‘명물기략(名物紀略)’에 적혀 있는 청어 품평이다.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도 청어는 선비들을 살찌게 하는 물고기로 ‘비유어(肥儒魚)’라고 부른다 했다. 한때 우리나라 전역에서 잡히던 청어가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바다 오염과 마구잡이 남획 탓이다. 요즈음 우리가 먹고 있는 청어는 주로 알래스카 해역에서 잡은 수입 고기다.

우리나라 청어는 두 종류가 있다. 서해청어가 동해청어보다 더 크다. 서해청어의 척추뼈 수는 74마디고, 동해청어는 53마디라고 한다. 청어잡이는 동해 쪽이 풍어면 서해 쪽은 흉어이고, 서해 쪽이 풍어면 동해 쪽은 흉어였다는 것이다. 동해 쪽 주 어장은 영일만을 주 산란장으로 해서 강원도 장전만, 함경도 원산만·경성만·조산만으로 이어졌으며, 서해쪽은 전남 위도, 전북 고군산도, 서산군 안흥, 황해도 용호도, 평북 칠산군 원도 등이 주 어장이었다.

청어는 산란을 열정적으로 한다. 청어 때가 본격적으로 산란할 때는 심한 몸부림과 대량 사정으로 바다 빛이 무 빛과 같은 백청색으로 변해 ‘화이트 그린’이라고 한다. 등푸른생선 청어는 핵산 성분이 뛰어나고 고른 영양가를 지니고 있어 건강식품으로 각광 받고 있다. 말린 청어 ‘과메기’의 주산지 포항은 청어 덕에 그 유명세를 톡톡히 누린다.

영국 총리에 취임한 존슨 전 외무장관이 청어 때문에 망신을 당했다. 브렉시트 강경파인 존슨은 “EU의 훈제청어 판매 규제 사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그 발언이 허무맹랑한 거짓으로 판명돼 낭패를 봤다. “생선 유통에 대해 선어에만 규제를 적용, 가공 생선엔 규제가 없다”고 EU서 밝혀 존슨의 주장이 가짜뉴스가 됐다.

영어에서 훈제청어를 ‘레드 헤링(red herring)’이라 한다. 햇빛에 말린 청어를 훈제하면 붉은색으로 변화하는 데서 유래됐다. 영어권에선 ‘문제를 핵심에서 다른 데로 돌리는 것’을 훈제청어 ‘레드 헤링’이라 표현한다. 조국 민정수석이 한·일 갈등사태에 대해 문제의 본질적 해법은 제쳐 두고 국민을 친일-반일로 갈라치기 하는 ‘훈제청어 발언’을 남발했다. 객기가 지나쳐도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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