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자존심' 호소, 조합원들 마음 움직여

동인시영 가로주택정비사업 투시도. (주)태왕.
“더는 대구의 안방을 외지업체에 내줄 수 없습니다. 지역경제와 자존심을 살립시다.” 대구 지역 건설기업인 (주)태왕이앤씨의 노기원 회장은 지난 25일 대구 중구청에서 열린 ‘동인시영 LH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조합원들에게 이렇게 호소했다. 입찰점수에서 1위를 기록하고도 ‘e-편한세상’과 ‘이안’이라는 높은 인지도의 외지 브랜드에 빼앗기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었다. 최근 정부의 소규모주택 정비사업 활성화 방침에 따라 대구에서도 ‘남산동 반월당 행복 마을’ 등 4곳이 시공사를 선정했지만, 모두 외지업체가 수주한 상황이었다.

총회 당일 태왕은 홍보 동영상에서 국채보상운동, 6·25낙동강방어선전투, 2·28민주운동, 새마을운동 등을 내세우며 ‘대구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자랑스러운 도시’라고 운을 뗀 뒤 지금은 바닥으로 내려앉은 대구경제와 무너진 대구의 자존심을 우리가 다시 살리자고 호소했다.

노기원 회장은 “경쟁사보다 공사비가 10억 원 정도 더 낮으면서 무상으로 제공하는 특화시설은 제일 많다. 품질을 믿을 수 있겠냐”는 조합원의 질문에 “기업의 이윤 욕심을 버리면 가능하다. 태왕은 기업이윤 대신에 대구의 자존심을 얻겠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덕분에 조합원 213명 중에 113명이 태왕의 손을 들어줬다. ‘태왕아너스’라는 지역 브랜드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시공사로 선정되지 못한 2위와 3위는 59표와 27표에 그쳤다. 2003년 지역 기업 화성산업이 외지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 송현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을 수주한 이후 16년 만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노기원 회장은 “지역을 사랑한 조합원들의 위대한 승리”라면서 “‘건설 대구’의 명예가 될 최고의 집으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대구 최고령의 동인시영아파트는 50년 역사를 마감하고 ‘태왕아너스 라플란드(가칭)’라는 이름의 북유럽 스타일 최첨단 아파트로 거듭나게 된다. 지하 2층, 지상 21층 아파트 5개 동 373가구와 부대복리시설로 신축되며, 분양아파트 조합원분으로 전용 29㎡·49㎡·59㎡ 272가구, 행복주택(임대)전용 29㎡·36㎡ 101가구가 공급된다. 공사비는 377억9000만 원 규모이고, 내년 2월 착공해 2022년 5월 준공예정이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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