껴안자니 확장성 잃고 내치자니 총선이 찜찜
당·국회 요직에 '친박' 포진…최근들어 '공천 연대설' 솔솔

내년 4·15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시선이 차가워지고 있다.

지역 경제를 견인하고 지역민들의 평안을 책임져야 할 정치권은 연일 선거제 개혁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과 외교·안보 문제로 싸움질만 하고 있고, 문재인 정부는 현실과 동떨어진 각종 경제정책과 북한(핵 위협), 일본(경제 보복조치), 러시아(영공 침범), 미국(한미동맹 약화) 등 잇따른 외교 문제로 ‘아마추어 정권’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때문에 다수의 유권자들은 “정치가 오히려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자신들의 안위만 생각하는 현역의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수의 본산으로 불리는 경북·대구에서는 자유한국당을 바라보는 민심이 뒤숭숭하다.

내년 총선은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을 평가하는 시험대로 경기침체와 안보불안, 지역 홀대론 등으로 한국당의 지지율이 크게 치솟아야 하지만 당 내부 잡음으로 지지율 상승은 커녕‘공천룰’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여의도 정가에서는 연말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될 것이라는 소문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친박계와 우리공화당이 합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따라서‘보수 대통합’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한국당은 공화당과의 관계 설정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으며, 지역 민심 역시 “박 전 대통령이 억울하다”는 주장과 “보수를 살리는 길은 탄핵의 장본인이 정치 일선에서 빠져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당 내부에서도 ‘대통합’의 취지에 맞게 공화당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주장과 중도 표심을 의식해 공화당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견해가 혼재하다.

한국당은 최근 공화당과의 ‘공천 연대설’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당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우리공화당을 손잡을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 꾸준히 나온다.

그동안 당내에서는 “우리공화당의 영향력을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있겠느냐”는 시각이 대체적이었지만 최근 당과 국회 요직을 친박근혜(친박)계 인사들이 꿰차면서 내년 총선에서 ‘태극기 세력’을 비롯한 강경보수층을 잃으면 안 된다는 주장에 조금씩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친박계에선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경남 창원 성산에서 우리공화당의 전신 대한애국당 후보가 838표를 얻음으로써 한국당 후보가 정의당 후보에 불과 504표 차이로 패한 사례에 주목한다.

지지층이 일부 겹치면서 생기는 이런 사례가 내년 총선에서 최소화할 수 있도록 우리공화당을 끌어안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공화당은 경북·대구지역은 물론 탄핵에 찬성했던 현역 지역구에는 무조건 후보를 출마시킨다는 방침을 세워 후보 유무에 따라 한국당 후보의 승패가 갈리는 곳이 적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당이 우리공화당과 손을 잡을 경우 ‘도로친박당’ 프레임에 걸려 총선 참패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친박계가 장악한 당 지도부가 이미 탄핵과 함께 끝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을 과대평가하는 ‘망령’에 시달리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와 관련, 한 비박계 의원은 “우리공화당과 연대해 ‘우리한국당’이 되면 비박계의 역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당이 깨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한국당이 딜레마에 빠진 사이 우리공화당은 자신들을 중심으로 보수 대통합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경북·대구에서 ‘박근혜 후광 효과’로 새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조원진 공동대표는 “총선이 다가오면 한국당 내 당선이 불투명한 수도권 의원들부터 달려올 것”이라면서 “우리의 목표는 전국에서 총 50∼70석”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당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이 엇갈리는 가운데 과연 지역 민심은 어디로 향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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