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 소나무 뽕나무
나무마다 불땀도 냄새도 다 다르다
불땀은 단연 참나무!
냄새는 소나무!
이글대는 참나무 알불은
혀를 대보고 싶을 만큼 유혹적이다
소나무 뿌다구니 송진 타는 냄새는
술보다 독하다

피어오르는 연기도
잿빛 흰빛 다 다르다
마른 장작 연기는 비단 목도리처럼
호르르 휘날리며
금세 날아가 흩어지지만
생장작 연기는
제 영역 표시하는 털북숭이 꼬리처럼
온 동네 하늘을 다 휘젓는다




<감상> 나무도 일생이 있기에 제각각 불땀과 냄새를 지닌다. 참나무 알불에 혀 대고 싶은 로맨스와 송진 타는 냄새같이 독한 삶도 깃들어 있다. 타는 장작도 연기의 빛깔과 영역이 각기 다르다. 사람 같이 연기에도 영혼이 있기 때문이다. 마른 장작은 흰빛에 가깝고 금세 흩어지지만, 생장작은 잿빛이고 온 동네를 휘젓는다. 즉 마른 장작은 집착을 버리고 빨리 떠나지만, 생장작은 삶에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집착에 메여 있다. 불땀머리(나이테의 넓이)에 따라서 장작이 쪼개지는 강도도 너무 다르다. 플라타너스, 느티나무, 메타세쿼이아는 그늘을 많이 주기 위해 속을 얼마나 애태웠을까? 목질(木質)이 질겨 도끼를 퉁겨낸다. <시인 손창기>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