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세계무역기구(WTO) 규범 개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트럼프발 WTO 리스크’ ‘트럼프발 경제 폭탄’으로 불릴 정도다. 일본의 수출 규제 영향으로 전전긍긍하는 우리 경제에 또 다른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들이 WTO에서 개발도상국(개도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하라”고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 트럼프가 WTO 문제를 제기한 것은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있는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고래 싸움에 새우 격인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중국이 개도국 대우를 받으면서 엄청난 경제이익을 챙기고 있다면서 중국을 겨냥해 내 놓은 카드지만 한국에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지난 1월 WTO 일반이사회에 개도국 결정을 위한 4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주요20개국(G20) 회원국 △세계은행 분류 고소득국(1인당 국민총소득 1만2056달러 이상) △세계 무역량에서 0.5% 이상인 국가 등 이다. 우리는 이 네 가지 모두에 해당 되는 만큼 개도국 지위를 사실상 유지하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WTO가 만장일치로 안건을 처리하기 때문에 개도국 체제 개편이 쉽지는 않겠지만 미국이 양자관계에서 통상 압박을 가할 것이 뻔한 일이다. 미국이 최근 브라질과 양자 협상에서 브라질의 개도국 지위 포기를 끌어낸 것은 우리에게 시사점이 크다.

이렇게 되면 농업 부문에서 큰 타격이 우려된다. 미국은 이미 513%가 적용되고 있는 쌀 관세율을 200~300%로 낮추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미국이 WTO 체제를 흔들면서 약육강식의 태도를 취할 경우 우리가 협력할 상대도 없는 실정이다. 미국과 무역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물론 우리에게 경제보복 조치를 취하고 있는 일본의 압력으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수단이 크게 제약 받을 것이다.

한국이 개도국에서 제외되면 쌀 등 고율 관세 핵심 농산물의 보호에서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 개도국일 때는 쌀, 고추, 마늘, 양파, 인삼, 감자 등을 특별품목으로 지정해 관세감축을 하지 않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개도국에서 제외되면 이들 고율 관세 핵심 농산물의 대폭적인 관세감축이 불가피하다. 특히 쌀 관련 품목 16개를 특별품목으로 지정하면 현행 513%의 관세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지만, 일반품목이 되면 쌀 관세는 154% 수준으로 대폭 낮아진다. 농산물 보조감축에서도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의무 차이가 상당해 농정에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농도 경북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쌀과 고추, 마늘 등 농산물의 가격 폭락은 물론 쌀 소득 보전직불제의 보조금 감축이 불가피하게 된다. 정부의 대응만 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경북도가 선제적으로 WTO 개도국 논란의 대응책을 마련해 정부와 협의하고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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