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합리화 내세워 프로축구단 이어 포스텍·교육재단까지 지원 축소
교육재단, 재정 자립 위한 공립화·일반고 전환 추진 반대 여론 거세

포스코교육재단이 재정 자립화를 위해 자사고인 포철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교육재단이 재정 자립화를 위해 자사고인 포철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포스코가 표방한‘기업시민정신’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지난 25일 모 언론을 통해 유제품 전문업체인 매일유업이 경영손실과 직원 희생 속에서도 20년째 특수분유를 생산해 싼값에 공급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포스코가 제대로 된‘기업시민정신’실천에 나서기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매일유업 평택공장은 반기 1번씩 1년에 두 번 공장 가동을 멈추고, 국내 400명 밖에 되지 않는 의료용 특수분유를 생산한다.

이들이 생산하는 특수분유는 모유나 일반분유를 먹을 경우 특정 아미노산을 분해하지 못해 뇌 손상을 입을 수 있는 선천성 대사이상 유아들을 위한 것이다.

매일유업은 이를 위해 평택공장을 세우고, 환자에게 유해한 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모든 생산라인을 일일이 세척해 가면서 수십 종의 분유를 생산하다.

생산량이 많지 않다 보니 제품 포장 역시 자동화기기 대신 직원들이 일일이 라벨을 붙여야 하는 수고로움도 따른다.

이 특수분유의 가격은 일반 분유보다 싸 분유를 만드는 만큼 손실도 커지게 된다.

하지만 매일유업은 숱한 경영상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작고한 창업주 김복용 회장의 ‘이 사업만큼은 비용에 문제가 있어도 중단하지 말라’는 유지를 받들어 20년째 생산을 이어오는 것은 물론 더 나은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에 진력해 왔다.

29일 매일유업 홍보팀 관계자는 “특수분유를 생산할 때마다 평택공장 생산라인에 비상이 걸리지만 직원 모두가 사회적 기여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다”면서 “앞으로도 ‘장사는 이기적이지만 사업은 국가와 국민의 공익을 위한 것이 있어야 한다’는 창업주의 정신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 포항 본사 전경.
포스코도 지난해 최정우 회장이 취임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는 기업시민정신’을 새로운 경영이념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지난 25일 선포한 기업시민헌장을 통해 ‘기업의 경영활동은 사회를 기반으로 이뤄지며, 사회와 조화를 통해 기업은 성장하고 영속할 수 있다’며 ‘고객·구성원·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모든 영역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해 궁극적으로 더 큰 기업가치를 창출하며 지속 성장하겠다’는 방향도 밝혔다.

하지만 포스코는 최근 수년간 경영합리화라는 이름 아래 프로축구단 포항스틸러스와 전남드래곤즈 지원금에 이어 창업주 고 박태준 회장의 유업이나 다름없는 포스텍과 포스코교육재단 출연금까지 축소시켜 왔다.

그 결과 전남드래곤즈는 올해 2부리그로 추락한 데 이어 2부 리그에서도 하위권을 맴돌고 있으며, 아시아와 세계무대를 호령하던 대한민국 축구명가 포항스틸러스 역시 지난 2016년 이후 1부리그 하위권 팀으로 내려 앉았다.

포스코 교육재단 역시 출연금이 축소되면서 재정 자립화를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공립화를 추진한 데 이어 자사고인 포항제철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준 회장이 창업 이후 열악한 급여체계 대신 사원복지 향상을 위해 설립했던 포스코교육재단이 경영합리화 논리에 의해 쓰러져 가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포항제철고의 일반고 전환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 정·관계는 물론 시민들의 반대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박명재 국회의원은 지난 25일 성명서를 통해 “포스코교육재단이 공립화를 철회한 뒤 아무도 몰래 포철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작업을 구상하고 있었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포항시와 포항시의회도 ‘수십 년간 희생을 감내해 온 52만 시민과의 신의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반대의 뜻을 밝혔다.

학부모 박 모씨(52)는 “며칠 전 매일유업 특수분유 이야기를 보면서 감동을 받았는 데 시민과 함께 성장해 온 포스코는 기입시민을 표방하면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포스코가 기업시민을 말하려면 매일유업 이야기부터 살펴보라”고 꼬집었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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