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주요 보직에 친박계 포진, 비박계 '도로 친박당' 잇단 비판
黃 지지율 주춤 '10월 위기설'…총선기획단 조기 출범 목소리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황교안 대표 체제의 지지율이 주춤하면서 자유한국당의 10월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당내에서는 내년 총선을 대비해 “내세울 인물도, 전략도, 비전도 없다. 이대로 총선을 치르면 다 죽는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총선기획단 조기 출범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외부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당이 “부모와 자식 빼고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바꾸겠다”며 국민에게 머리를 조아렸지만, 지금은 과거 탄핵 사태에 대한 반성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이 친박 인사들이 황 대표 주변을 감싸고 있어 “인적청산과 당 혁신은 찾아보기 힘들다. 당 개혁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한국당은 현재 사무총장(박맹우 의원), 국회 예결특위위원장(김재원 의원), 사개특위위원장(유기준 의원) 등 주요 보직을 친박계가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친박 색채가 강화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계파 갈등도 재점화될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장 비박계는 내년 총선 공천 경쟁을 우려하며 “‘도로 새누리당’‘도로 친박당’으로는 중도층을 끌어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옛새누리당과 비교해 인물, 노선, 체질 등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이 돌고 돌아 결국 제자리로 왔다는 비아냥을 하고 있다.

보수를 걱정하는 다수 인사들 역시 한국당 지도부가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일부 중도층 이탈이 마치 자신들을 지지하는 것으로 착각해 ‘자아도취’에 빠져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한때 장외투쟁을 주도하며 지지층을 결집했던 황 대표는 정부·여당의 경제·민생 정책을 걸고 넘어지면서도 정작 민심을 움직이는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정책은 제시하지 못하면서 반짝하던 지지율도 다 까먹었다.

이처럼 계파 갈등에 지지율 하락까지 황 대표가 한국당을 이끌기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는 모습으로 되돌아가면서, 당 안팎에선 “황 대표의 성장 잠재력 한계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평까지 나오고 있다.

한동안 잠복 상태에 있었던 ‘야권 재편론’이 다시 고개를 들며, 황교안 대표 위기설이 점차 확산되는 이유다.

때문에 한국당 내에서는 총선기획단을 조기 출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총선기획단은 총선전략과 공천룰, 홍보기획 등 총선 밑그림을 그리는 조직으로 2016년 4월 총선 당시에는 석 달 전인 1월 총선기획단이 출범했지만 이번에는 일찍 출범해 총선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총선기획단 조기 출범 고민은 현 지도부로는 총선을 치르기가 쉽지 않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현 지도부에는 전국선거 경험이 있는 인사가 거의 없고 그렇다고 새롭게 지도부를 구성하기도 여건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국선거를 경험해본 ‘선수’를 발탁해 총선기획단을 조기 출범시킨 뒤 전권을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총선기획단이 7∼9월 사이에 총선 밑그림을 완성한 뒤 10월쯤 공천관리위원회가 바통을 이어받으면 내년 총선 전 여유 있게 공천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내년 총선 공천과 관련해 정치권에선 황교안 대표가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김종인 비대위를 띄웠던 사례를 고민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당시 차기를 노리고 있던 문 대통령은 맡고 있던 당 대표직을 내려놓고 백의종군을 선언한 뒤 김종인 위원장을 영입해 총선 전권을 맡기면서 제1당으로 올라서는 성공을 거뒀다. 당시 문 대통령은 막후에서 인재 영입에 공을 들였고, 이들은 ‘문재인 키즈’로 불리며 총선 이후 원내로 들어와 대선캠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고 현 정권 들어선 여권 주류 ‘친문’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황 대표 측은 김종인 위원장과 같은 ‘칼잡이’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문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황 대표가 총선 전 대표직을 사퇴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여의도 정가에서는 “당내에 세력이 없는 황 대표 입장에서는 외부 인사를 데려와 전권을 주고, 이를 활용해 ‘황교안 키즈’를 키워내 대권에 도전하는 시나리오가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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