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의 영풍 석포제련소가 또 말썽이다. 이번에는 측정 대행업체와 짜고 비소와 납 등 특정대기유해물질을 실제 측정한 값의 1400분의 1 이상 축소 조작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석포제련소는 영풍그룹이 1971년부터 낙동강 상류 경북 봉화에 운영 중인 제련소로, 주로 아연괴, 황산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업체다.

석포제련소는 그간 주변 토양과 산림, 퇴적물에서 중금속 오염이 적발되고, 어류와 조류 폐사체가 발견되면서 수년 간 환경오염 우려에 대한 지적을 계속 받아왔다. 올해 들어서도 수차례 위법사항이 적발됐고, 지난 5월에는 폐수 배출·처리 시설 부적정 운영, 무허가 지하수 관정 개발·이용 등 6가지 관련 법률 위반으로 4개월 조업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중금속폐수 70t을 낙동강에 무단 방류한 사실이 적발돼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기오염물질 배출 측정값 조작 사실까지 드러난 것이다.

석포제련소는 1급 발암물질인 비소를 기준치보다 19배 넘게 배출해 놓고 측정값을 1405분의 1로 축소했다. 납과 카드뮴도 각각 1400분의 1, 155분의 1로 측정치를 조작한 것이 드러났다. 이들 물질은 인체는 물론 동식물에 심각한 위해성을 끼치기 때문에 특정대기유해물질로 분류돼 있다.

환경부가 석포제련소와 대구지역 측정대행업체 3곳을 적발해 관련자 7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석포제련소의 모 상무와 측정 대행업체 대표 등 2명은 이미 구속된 상태다. 이들은 실측값을 아예 측정하지 않고 허위로 기록하거나 배출기록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지난 2016년부터 3년간 대기측정기록부를 1868건이나 거짓으로 꾸며서 발급했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허위 날조가 일상화 된 것으로 봐야 한다.

석포제련소는 측정 대행업체에 기록을 거짓으로 꾸미게 한 뒤 실제 측정값을 따로 기록해 보관하다 수시로 파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측정 수수료 지급을 미루는 방법으로 측정 대행업체 길들이기를 해 온 사실도 드러났다. 갑질 중에 갑질을 한 것이다.

이번에 적발된 대행업체 3곳은 지난 3년 동안 경북과 대구, 경남 지역 업체 911곳에서 무려 1만8115부의 대기측정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한 것이 드러났다. 이렇게 많은 양이라면 경북과 대구지역의 거의 대부분의 업체들이 맡긴 결과가 엉터리일 것으로 봐야 하는 것이다. 이들 대행업체는 기록부 조작이 쉽게 분석일지와 기록지 등 가짜 기초자료를 미리 만들어 놓는가 하면, 유해 중금속이나 가스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맞춘 가짜 시료를 제작하는 치밀함도 보였다고 한다. 석포제련소 뿐 아니라 관련 기업들의 정보도 낱낱이 드러내 실상을 공개해야 한다.

경상도 지역민들의 젖줄인 낙동강 상류에 자리 잡은 석포제련소는 정부의 관리 감독을 비웃는 듯이 환경오염 행위가 끝없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도 조업이 가능한 것은 무슨 배경이 있어서 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이참에 영풍 석포제련소에 대한 환경조사를 철저히 벌이고 종합적인 처리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