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엿새만에 또 미사일 발사…고도 30㎞·비행 250㎞ 추정
鄭 "방어자산으로 요격 가능" 국방포럼 기조연설서 밝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31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61회 KIDA 국방포럼’에서 강연하기 전 자리에 앉아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연합
올해 4차례 도발을 포함해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이 총 15번의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자 정부 관계자가 드디어 북한을 상대로 ‘적’ 개념을 꺼내 들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31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국방포럼 기조연설에서 “오늘 새벽 2회에 걸쳐 북한이 미상 발사체를 발사했다”며 “우리를 위협하고 도발한다면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당연히 ‘적’(敵) 개념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강조하며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2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을 이끌어 냈고, 지난 1월 취임 후 첫 발간한 ‘2018 국방백서’에서는 ‘북한=주적’ 개념을 삭제했다.

때문에 현 정부에서는 그동안 야당을 제외하고는 북한을 ‘적’으로 표현하는 단어는 사실상 금기시 돼왔다.

이날 정 장관이 비록 ‘도발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국방 당국자가 스스로 북한에 대해 ‘적’이라는 단어를 표현한 것은 그만큼 현 상황이 (위급)복잡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늘(31일) 오전 5시 6분, 5시 27분경 북한이 원산 갈마 일대에서 동북방 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 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미사일 고도는 약 30km, 비행 거리는 약 250km로 추정했다.

앞서 지난 26일 북한 노동신문은 “최고령도자동지께서는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남조선지역에 첨단공격형 무기들을 반입하고, 군사연습을 강행하려고 열을 올리고 있는 남조선 군부호전세력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무력시위의 일환으로 신형전술유도무기 사격을 조직하시고, 직접 지도하시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정 장관은 이날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우리 방어자산의 요격성능 범위에 들어있다”며 “모든 작전운영시스템도 북한보다 우리가 월등하다”고 군사적 우위도 강조했다.

한편, 정 장관은 지난해 9월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 때만 해도 ‘주적’과 관련한 야당 의원 질의에 “북한 정권과 북한군으로만 (적이) 제한된 부분은 상당히 축소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해 반발을 샀다.

그는 또, 지난해 3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천안함 폭침과 연평해전 등을 “불미스러운 남북 간의 충돌”이라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으며, 지난 3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선 “6·25 전쟁이 김일성과 북한 노동당이 벌인 전쟁범죄인가”라는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의 질의에 답변을 못하고 머뭇 거리다가, 재차 추궁이 이어지자 “북한이 남침 침략을 한 전쟁”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처럼 수십 년 간 군에 몸담은 그가 주적 개념에 머뭇거렸던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남북 화해 기조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2017년 4월 대선후보 시절 “북한이 우리의 주적입니까?”라는 유승민 당시 바른정당 대선후보의 질문에 “그런 규정은 대통령으로서는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때문에 야권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대북관 및 안보관을 문제 삼으며 비판해왔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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