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온 국민 촉각 곤두 세우는데 총선 유불리 계산기 두드려"
바른미래 "국익보다 표가 우선인가"
이해찬, 비공개 회의서 ‘주의’ 내려…양정철 "제 불찰이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각 당 대응의 총선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한 것을 두고 31일 정치권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앞서 연구원은 당 소속 의원들에게 배포한 ‘한일 갈등에 관한 여론 동향’ 보고서에서 “일본의 무리한 수출규제로 야기된 한일 갈등에 대한 각 당의 대응이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많고, 원칙적인 대응을 선호하는 의견이 많다”며 “총선 영향은 긍정적일 것”이라고 분석해 논란을 샀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이날 오전 별도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적절치 못한 내용이 적절치 못하게 배포됐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연구원은 “충분한 내부 검토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부적절한 내용이 나갔다”며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주의와 경고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또 “한일 갈등을 선거와 연결 짓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당이나 연구원의 공식 입장이 아닌 조사 및 분석보고서가 오해를 초래하지 않도록 보다 신중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확대간부회의 전 비공개 회의에서 “여론조사는 신중하게 해야 한다”면서 양 원장에게 ‘주의’를 줬고, 양 원장은 “제대로 챙기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어떤 맥락에서 유감을 표명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연구원이 오늘 밝힌 입장의 맥락 그대로 이해하면 된다”며 “발표한 게 전부”라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민주연구원이 보고서에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비공개 설문조사를 인용했는데, 이 자료가 KSOI 측에서 확인되지 않은 경로로 유출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민주당 관계자는 뉴스와의 통화에서 “조사기관과 소통의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만일 유출된 것이라면 그것은 KSOI의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야당은 민주당이 일본의 경제보복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속내가 드러났다며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경제보복에 나라가 기울어도 총선에 이용하면 그뿐이라는 천인공노할 보고서”라며 “온 국민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시국에 여당은 총선 유불리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고 비난했다.

이어 “정권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난 보고서다. 국민 정서를 총선 카드로 활용할 생각만 하는 청와대와 여당에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며 “대통령의 답변을 기다린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논평에서 “나라가 망하든 말든 총선만 이기면 된다는 발상이 놀랍다”며 “공식 입장이 아니란 것도 무책임의 연속이다. 민주당의 본심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국익보다 표가 먼저인 민주당은 나라를 병들게 만드는 박테리아 같은 존재”라며 “국민의 삶을 놓고 도박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민주평화당 김재두 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연구원이 당의 공식 요청으로 보고서를 작성한 것인지, 자발적으로 작성한 것인지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며 “민주당은 양정철 원장을 즉각 해임하고 국민 앞에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은 “국민이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강조하는 때 민주연구원 보고서가 찬물을 끼얹었다. 강한 유감”이라며 “국민에게 진심 어린 사죄를 하고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논평했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