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경북포럼] 음덕양보(陰德陽報)
[새경북포럼] 음덕양보(陰德陽報)
  •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 승인 2019년 08월 04일 15시 37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8월 05일 월요일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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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중국에는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큰 강 두 개가 있다. 황하와 양자강이다.

춘추 오패의 제(齊)와 진(晉)이 황하 유역, 초(楚)와 오(吳)와 월(越)이 양자강 유역이다.

초(楚)는 중원에서 먼 남쪽에 있고, 생김새도 달라서 업신여김을 받아서인지 제후국으로 만족하지 않고 북으로 영토를 넓혀 스스로 왕이라 칭한 나라이다.

그 초나라의 장왕(莊王)과 영윤 손숙오의 이야기.

초나라 장왕이 여러 신하들에게 술을 내려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날이 저물어 술이 거나하게 올랐을 때 그만 등불이 꺼졌다. 그 틈을 이용하여 성추행에 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어떤 신하가 한 후궁의 옷을 잡아당기자 여자가 그의 갓끈을 잡아당겨 끊어 버리고 나서 왕에게 말했다.

“지금 불이 꺼진 틈에 어떤 자가 첩의 옷을 잡아당겼습니다. 첩이 그의 갓끈을 끊어 가지고 있으니 불을 밝히고 갓끈 끊어진 자가 누군지 보아 엄벌해 주십시오”

왕이 좌우에게 명했다.

“오늘같이 좋은 날 술을 마시고 취하여 잠깐 예를 잃었는데 여자의 정절을 드러내기 위해 어찌 대신들을 욕보일 수 있겠는가. 오늘 과인과 더불어 술을 마시면서 갓끈을 끊지 않은 자는 즐겁지 않은 자다.”

그러자 백 명이 넘는 신하 모두가 갓끈을 끊고 나서야 불을 밝혔고, 끝까지 그 즐거운 분위기를 다한 뒤에 잔치를 마쳤다.

3년이 지난 후, 진(晉)나라와 초나라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는데, 한 신하가 항상 선봉에 나서서 다섯 번 싸움에 다섯 번 모두 용맹하게 싸워 적을 격퇴시킨 덕에 승리할 수 있었다.

장왕이 이를 이상하게 여겨 물었다.

“과인은 덕이 박하여 일찍이 그대를 특이한 사람으로 보지 않았는데, 그대는 무슨 까닭으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렇게 나섰는가?”

신하가 대답했다.

“저는 죽을 몸이었습니다. 지난날 술에 취해 예를 잃었는데 왕께서 참고 제게 주벌을 내리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남몰래 감싸 주신 덕을 밝게 드러내 왕께 보답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늘 간과 뇌를 땅에 바르고 죽는 것과 목의 피를 적군에게 뿌려 그 은혜 갚기를 원해 왔습니다. 신이 바로 그날 밤 잔치에서 갓끈이 끊겼던 자입니다” 라고 고백했다.

드디어 진나라 군대를 물리치고 초나라를 강하게 해 주었으니, 이것이 음덕(蔭德)에는 반드시 양보(陽報)가 있다는 예(例)가 될 것이다.

그 외에도 장왕은 불비불명(不飛不鳴), 문정경중(問鼎輕重) 등의 고사성어를 만들어 낸 사람이다.

다음으로 이 초나라 장왕 때 명재상 손숙오의 이야기다.

손숙오가 어렸을 때, 밖에 나가 놀다가 집에 돌아와 근심하여 밥도 먹지 않았다. 어머니가 그 까닭을 묻자 울면서 대답했다.

“오늘 머리가 둘 달린 뱀을 보았으니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걱정이 되어서 그럽니다.”

어머니가 물었다.

“그 뱀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머리가 둘 달린 뱀을 보면 죽는다는 말을 들어 다른 사람이 또 볼까 봐 죽여서 땅에 묻어 버렸습니다.”

어머니가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너는 죽지 않는다. 음덕을 베푸는 사람은 하늘이 복으로 보답한다고 들었다.”

머리 둘 달린 뱀을 보고 닥쳐올 자신의 불행에 정신을 못 차릴 판에 다른 사람들이 그런 상황에 접하지 않도록 뱀을 잡아 땅에 묻은 배려가 음덕으로 아름답다.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듣고 모두 손숙오가 어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음덕인지 손숙오가 세 번이나 영윤(재상)이 되어 어진 정치를 베풀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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