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설] 굴욕의 경험
[삼촌설] 굴욕의 경험
  •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 승인 2019년 08월 04일 17시 45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8월 05일 월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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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본색이 또 드러났다. 해방된 지 70여 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일본과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금 일본은 비행기로 2~3 시간이면 날아갈 수 있는 나라지만 10시간 넘게 날아가야 하는 유럽의 어느 나라보다도 훨씬 거리가 먼 나라다.

한국과 일본은 조상이 같고, 얼굴빛이 같아서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세계적 경제 대국인 일본이 이렇게 탐욕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그들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해가 서로 다른 나라와 교류할 때는 먼저 상대를 이해하려고 해야 하는데 일본은 한국에 대해 이해하려는 마음도, 이해시키려는 노력도 없다.

우리가 일본에 당한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되새기면서 적개심을 돋운다고 해서 얻을 것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과거를 덮어놓고, 오늘과 내일의 관계를 유지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일본과의 인식 차이는 서로의 불신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정치 지도자의 편협한 시각을 바탕으로 한 권력욕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가 그런 인물이다.

일본인들은 ‘한국인들이 한 맺힌 하소연을 계속 같은 어조로 되풀이 한다’며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조센징 시쯔꼬이(ちょうせんじん しつこい)’라 한다. 하지만 일제 36년 간의 굴욕을 경험한 한국인은 일본에 대한 집단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아베 정권이 헌법을 바꿔 침략이 가능한 나라로 만들려고 하는 것에 더해,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국) 배제라는 ‘경제 전쟁’을 선포한 것은 한국인의 트라우마를 또렷이 각성시킨다. 이 굴욕의 경험은 한국인에게 증오심을 넘어 공포심을 느끼게 한다.

이해 타산에 밝아 ‘경제 동물’이라는 일본을 이웃으로 둔 한국이 고난의 역사 속에서도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강렬한 민족의식 때문이라는 긍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이 같은 완고한 민족성이 한일관계는 물론 국제 사회에의 흐름에 대처하는 유연성을 잃게 해서 고난을 자초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도 되돌아봐야 한다. 불공정과 불의의 국제질서에 희생자가 돼선 안 된다. ‘굴욕의 경험’을 되새기며 정파와 이념을 넘어 유연하고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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