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 경제 보복 치밀하고 차분하게 대응해야
[사설] 日 경제 보복 치밀하고 차분하게 대응해야
  • 경북일보
  • 승인 2019년 08월 04일 17시 45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8월 05일 월요일
  • 19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호무역 갈수록 심화 대외 의존도 낮춰야
경북도·대구시도 기업 지원책 적극 모색을

일본 정부가 한일관계를 파국으로 내몰고 있다. 2일 기어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국)에서 배제했다. 일본이 한국 기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품목들에 대해 수출을 통제하는 ‘경제 전쟁’이라 부를 만한 조치다.

일본은 부인하고 있지만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임이 분명하다. 이는 정치 외교적 문제를 경제보복으로 대응한 것이다. 세계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이웃 나라를 적대국으로 간주하는 행위다. 일본의 이 같은 시대를 역행하는 행위는 국제 분업과 협업 체계를 형성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일본의 경제 보복은 한국의 경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위기지만 우리 경제가 새로운 점검과 대응을 통해 도약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온 국민이 합심해서 치밀하고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일본을 강력하게 규탄하는 것과 함께 우리도 강력하게 맞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또 일본의 조치가 “우리 미래성장을 막아 타격하겠다는 의도”라며 “어려워도 굴복하면 역사가 반복된다”는 결연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번 사태를 사실상 경제침략으로 보고 국민의 단합을 호소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도 대응수단을 갖고 있다고 했지만 한일 간 치킨게임으로 치닫게 되면 우리의 피해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하지만 갈등을 키우는 것은 하책이다. 국회가 추경에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을 위한 예산 2732억 원을 반영했다지만 당장 우리 산업에 미칠 충격은 가늠하기 어렵다.

정부는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대해 일본 외에 다른 국가에서 구매처를 확보할 수 있게 국가 정보를 총 동원해 부품 소재의 안정적 확보와 공급을 지원해야 한다. 또 정부의 예산지원과 세제 혜택 뿐 아니라 은행도 기업 지원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국제사회에 일본의 수출 규제 보복행위가 부당하다는 여론전을 집요하고 적극적으로 펼쳐 일본의 국제사회 입지를 옥죄어야 한다.

비장한 각오로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응해야겠지만 우리가 반일 감정을 고조시킬수록 일본의 극우 민족주의 세력과 아베 정권은 경제 보복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높다. 강대 강 대치가 지속 될 가능성이 높아 우려스러운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자제력을 잃고 분노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이성적이고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기술 무기화 시대에 대응할 기술 자립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미·중 무역분쟁도 기술 패권 다툼이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중국 기술굴기를 견제하고 미국의 핵심 부품이나 첨단 기술을 지키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보호무역 기조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핵심 소재와 부품의 대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경쟁력 강화를 통한 국산화를 차근차근 이뤄가야 한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당장은 큰 시련이 되겠지만 기술의 일본 종속에서 탈피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다.

일본뿐 아니라 미국 등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국제질서도 스스럼없이 파기하고 있다. 이는 전쟁논리다. 순진하게 불평등, 불공정을 주장할 때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때일수록 동맹의 선택과 관계 관리를 통한 우군화에 세밀한 접근을 해야 한다. 현 정부 들어 대북 정책에 치중해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과의 주변 4강외교를 허술히 해서 결국 ‘고립무원’의 처지가 된 것은 뼈아프게 반성해야 할 일이다. 결국 한·미·일 안보 협력 체제의 균열이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렀다. 정부는 냉정하고 현명하게 주변국과의 외교 협력관계를 점검해야 한다.

정부가 ‘경제 전쟁’이라 규정한 것처럼 ‘전쟁’에는 정파나 이념이 없다. 전 국민이 똘똘 뭉쳐도 승리를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이 음주 예결위원장에 일식집 사케 당대표 논란을 벌이고 있다. 이러고도 국민의 단합을 얘기할 수 있나. 한심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물론 정치권, 국민이 온 힘을 다해도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 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경북과 대구 등 지방자치단체도 정부의 대응만 지켜볼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야 한다. 경북의 지난해 대일 수입액이 22억 달러로 전체 152억 달러의 15%를 차지하고 있고,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관련 305개사가 일본의 수출 규제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도 지난해 대구지역 854개 기업이 7785억 원 규모의 수입액을 보였다. 이차전지 제조용 격리막 등 6개 품목은 수입 의존도가 50% 이상이나 된다. 이철우 경북지사가 휴가를 반납하고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대구시도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지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응 방안 찾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발 빠른 모습을 보여 준 것이다. 지역민들도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참여와 같은 자발적 의지의 표명은 물론 정부와 지자체의 일본 수출 규제 대응에 힘을 더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