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약서 작성 두고 시공사와 갈등…누수따른 보수공사 지연도 한몫

대구 장기동지역주택조합 조합원 A씨가 입주 전 누수가 발생했을 당시 바닥에 물이 차오른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A씨는 지난달 11일 입주 예정이었으나 보수공사가 지연되면서 가족들과 함께 인근 원룸에 거주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대구 장기동지역주택조합 조합원 A씨가 입주 전 누수가 발생했을 당시 바닥에 물이 차오른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A씨는 지난달 11일 입주 예정이었으나 보수공사가 지연되면서 가족들과 함께 인근 원룸에 거주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대구 달서구 장기동 죽전역코오롱하늘채 입주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총 476세대 가운데 100여 세대는 아직도 빈집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내 집 마련을 목적으로 장기동지역주택조합(이하 조합)에 가입해 활동한 조합원 일부가 시공사인 코오롱글로벌과 추가 분담금에 대한 확약서 작성 여부를 두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조합원은 추가 분담금을 부담하겠다는 확약서를 썼음에도 입주를 못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호소했다. 입주 전 누수를 확인한 조합원이 코오롱 측에 보수공사를 요구했으나 절차상의 이유로 공사가 미뤄지면서 임시 거처에서 떠돌이 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5일 조합 등에 따르면, 죽전역코오롱하늘채는 지난달 7일 달서구청으로부터 동별사용승인허가를 받았다. 입주를 손꼽아 기다린 예비 입주자들은 잠시 머물던 원룸 등에서 벗어나 새집으로 이사를 꿈꿨다.

하지만, 코오롱이 미지급된 공사비 약 168억 원과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비용 등을 고려, 조합원들에게 추가 분담금에 대한 확약서를 요구하면서 입주에 차질이 빚어졌다.

조합은 100여 세대의 조합원 대부분이 앞서 1차 추가 분담금 5800만 원을 부담한 이후 경제적 여력이 없어 입주를 망설이는 상황이라고 대변했다.

시공사와 추가 분담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과정에서 확약서를 쓰지 않고 입주한 세대도 있다.

조합 관계자는 "한 조합원은 이사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에서 코오롱이 확약서를 요구하자 답답한 나머지 열쇠업체를 불러 잠금장치를 풀고 입주한 것"이라며 "잔금까지 다 치른 조합원이 자신의 집에 들어갔는데, 누가 막을 수 있겠나"고 설명했다. 이어 "공사비 지급에 대해 조합원 모두가 동의하고 있음에도 확약서를 통해 연대 보증을 요구하는 것은 과한 처사다"고 주장했다.

추가 분담금에 대한 확약서를 작성하고 입주한 조합원 사이에서도 강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지난달 11일 입주 예정이었던 A씨는 부인, 초등학생 자녀 2명과 함께 4평 남짓한 원룸에 월세 70만 원을 내면서 생활했다. 입주에 앞서 집 상태를 살피기 위해 방문했던 지난 6월 누수를 확인했고 코오롱 측에 보수공사를 요구했으나 절차상의 이유로 지연됐기 때문이다. 하자에 대한 문제를 계속 제기한 A씨는 5일 코오롱과 금전적인 보상을 받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A씨는 코오롱이 누수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해 직접 바닥을 뚫어 누수를 확인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건축업에 종사하다 보니 누수를 바로 발견할 수 있다"며 "이미 물길이 생긴 집은 비가 오거나 습기가 차면 금세 곰팡이가 생긴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어 "누수를 확인한 코오롱이 보수공사를 서두르지 않아 직접 보수공사를 하겠다며 금전적인 보상을 요구했는데, 한 달 만에 겨우 합의됐다"면서 "이삿짐을 업체에 모두 맡기고 가족과 원룸에 침낭을 깔고 살고 있었는데, 가족들을 생각해 합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합은 오는 9일 임시총회를 열어 조합을 재정비하고, 추가 분담금과 향후 보수공사에 대한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조합 핵심 관계자는 "추가 분담금에 대한 확약서 없이 들어갈 수 있으면서도 나머지 100여 세대가 입주하지 않는 것은 경제적인 문제도 있지만, 이미 확약서를 쓰고 들어간 입주민을 고려해서다"며 "향후 발생하는 비용을 확약서를 쓴 입주민만 부담하는 것도 불합리해 조합에서 방법을 마련하려고 검토 중이다"고 했다. 또 "보수공사문제는 계속 자료를 확보 중이다"며 "하자가 발생한 곳이 한둘이 아니어서 한 번에 코오롱 측으로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오롱 측은 확약서에 대해 미지급된 공사비를 받기 위한 수단이라며 강요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코오롱 관계자는 "조합이 총회를 열어 미지급된 공사비를 지급해야 하는데, 입주를 마친 조합원들이 보통 총회에 제대로 참석하지 않아 공사비가 미지급되는 경우가 곧잘 발생한다"면서 "공사비를 받아야 하는 시공사 입장에서 미지급될 경우를 생각해 확약서를 받을 수밖에 없어 조합에 협조를 구하면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수공사와 관련해서는 "추가 분담금 문제와는 별개다"면서 "입주민의 피해 정도를 정확히 파악해 보수와 보상을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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