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규 문학평론가
한정규 문학평론가

무엇을 했느냐 도 중요하지만 더욱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살았느냐다. 대통령, 국무총리, 재벌총수로 사는 것이 중요한 것만 아니다. 대통령, 국무총리, 재벌총수를 해도 그 과정은 물론 그 자리에서 어떻게 사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권력과 재력을 중시, 다시 말해 무엇을 했느냐를 중시 적절치 못한 방법으로 권력을 빼앗고 재물을 갈취 살아서는 안 된다. 그렇게 사는 것 결코 바람직한 삶, 행복한 삶이 아니다. 그 순간은 좋을지 모르나 결과적으로 불행한 삶이 된다. 그래서 행복한 삶은 때와 장소를 떠나 모든 이들로부터 추앙받는 그런 사람, 그런 삶이 진정 보람된 삶이다.

멕시코 혁명가이자 영웅 판초빌라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솔직한 성격에 단순하면서도 의리가 강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권력에 탐욕이 나서 혁명을 일으켰다. 혁명을 성공시키기 위해 많은 사람을 죽였다. 혁명을 하면서 남의 물건도 빼앗았다. 뿐만아니라 한 때 산적행위도 했다. 그 결과 혁명을 성공 큰 지도자가 됐으나 그 과정에서 사람을 죽이고 강도행각을 했다. 그것을 두고 지탄을 받았다.

판초빌라의 옛날 애인이 “당신은 나쁜 사람이다”라고 했다. 도둑질한 것도 나쁘지만 사람을 많이 죽였으니 그런 나쁜 사람이 대통령을 하면 무엇하느냐 고 했다. 그러자 판초빌라는 나는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빼앗은 적이 없다. 다만 너무 많이 가진 자의 것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 것밖에 없다. 그것이 어떻게 도둑질이고 빼앗는 짓이냐?

나 자신은 아주 궁핍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남의 것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배가 고플 때 먹을 것을 집는 것은 도적질이 아니다. 자신이 살기 위해 생존의 본능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것을 두고 어찌 도둑질이라 할 수 있겠는가. 그러면서 그는 무엇을 했느냐 결과를 중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 명종 때 충청북도 한 고을에 임꺽정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관료들의 재물을 빼앗아 헐벗고 굶주린 백성들에게 나누어 줬다. 그러면서 숨어 살았다. 그리고 자신은 산적이 아닌 의적이라고 했다.

또 1980년대 초 서울 도심에서 권력을 가진 유명인 또는 재물이 많은 부자들의 주택만 골라 대낮에 집 안으로 들어가 귀금속이며 현금을 털어 주변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 도둑이 있었다.

그가 잡혀 하는 말이 자신은 도둑이 아니며 도둑질을 한 적이 없다. 다만 권력이나 재물을 이용 남의 것을 갈취한 도둑놈들 것을 갔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줬을 뿐이다. 그리고 자기가 털었던 집들을 일일이 공개하고 도둑질한 물건도 함께 폭로했다. 도리어 도둑질을 한 것은 그들이다. 라고 했다.

도둑맞은 사람들 대부분 자기 집에서 도둑맞은 사실이 없다고 적극 부인했다. 모략중상이라고 했다.

그 도둑은 법정에서 자신은 남의 물건을 훔친 것이 아니라 선량한 사람들이 권력가 재력가에게 빼앗긴 것들을 찾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려주는 좋은 일을 했을 뿐 그 물건들 하나도 자신이 가진 것이 없다. 그러면서 선행을 한 공을 높이 평가 표창을 줘야 한다. 고 했다.

임꺽정도 판초빌라도, 1980년대 초 서울 도심에서 대낮에 절도 행각을 벌려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 그들 목적과 결과가 제아무리 좋은 선행이었다 하더라도 그 수단과 방법이 정당하거나 정의롭지 못한 행위로 잘 못됐다. 그들은 무엇을 했느냐를 중시하는 사람들로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다.

정상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은 무엇을 했느냐보다는 어떻게 살았느냐를 더 중요시해야 한다. 무엇을 했느냐를 중시하다 보면 욕심에 빠지고 그 욕심은 과욕으로 결국 좋지 못한 일을 하게 된다. 그래서 어떻게 살았느냐가 아닌 무엇을 했느냐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퇴출돼야 한다. 특히 시장·군수·도지사를 포함한 정치인들 무엇을 했느냐보다 어떻게 살았느냐를 중시해야 한다.

조선시대 맹사성이 파주 군수로 임명되자 무명선사를 찾아 어떻게 하면 군정을 훌륭하게 할 수 있을까요 하고 묻자 “선사가 나쁜 일 하지 말고 착한 일만 하면 됩니다”라고 했다. 좋은 일 어렵지 않다. 그 말 음미하고 행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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