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자동차보다 비행기를 먼저 봤어요. 책에서 보니까 프로펠러 모형 비행기가 있었어요. 그걸 만들어 보겠다고 강가에 나가 미루나무 가지를 잘라 바짝 말린 다음 숫돌에 간 낫으로 프로펠러를 만들었어요. 줄기차게 만들었지만 그 때마다 고무줄을 감아 땅에 놓으면 날지 않고 그저 땅에서만 맴돌았어요. 그 때 형님이 비행기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소재’라고 말씀하셨어요”

안동시 길안면(현재 임동면) 지례에서 태어난 김영길 전 한동대 총장이 한 인터뷰에서 한 형 김호길 전 포스텍 총장과의 어릴 때 이야기다. 김영길 총장은 비행기를 만들겠다는 어릴 때의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서울대 금속학과에 진학했고, 미국 미주리대 금속학 석사, 뉴욕 RPI공대 재료공학 박사를 취득해 한국인 최초로 미 항공우주국 연구원이 됐다.

수십 년 전에 김호길 총장이 동생에게 말했던 ‘소재’의 중요성이 최근 국가적 이슈가 되고 있다. 옛날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인간에 유용한 도구와 환경을 만드는 데 ‘소재’가 핵심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소재와 부품 기술 강국인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가)에서 제외, 중요 소재를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우리의 대표적 수출 상품인 반도체·디스플레이의 3대 핵심 소재 품목 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의 수입이 사실상 어려워진 것이다.

그간 우리나라 소재·부품·장비산업은 대일(對日) 의존도가 높아 우리가 고기를 잡고도 먹지 못하고 일본 배만 불리는 일명 ‘가마우지 경제’였다. 정부가 일본의 경제 보복을 계기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 금속, 기초화학 등 6개 분야 100개 핵심 전략품목을 선정해 국내에서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도록 육성하기로 했다. ‘가마우지 경제’를 앞으로는 잡은 먹이를 부리 주머니에 넣어 와서 자기 새끼에게 먹이는 ‘펠리컨 경제’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재 산업’은 단시간에 수준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 무엇보다 대기업과 기술력이 있는 중소기업, 대학 연구소 등의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다. 여기에 더해 소재 산업의 탈 일본으로 기술 독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꾸준하고 일관된 정부 정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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