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보복 초당적 협력 여론에도 '프레임 선점'에만 몰두
민주당 "트집잡기 혈안" vs 한국당 "무능한 정부 책임"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로 한·일 갈등이 경제·안보 등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여야 입장 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없음.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로 한·일 갈등이 경제·안보 등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여야 입장 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없음.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로 한·일 갈등이 경제·안보 등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여야 입장 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국회 차원의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여론은 고조되고 있지만 여야의 대응 논의는 정쟁 일변도로 흐르는 데다 사안마다 해법을 둘러싼 인식 차를 드러내며 프레임 선점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여야 모두 겉으로는 ‘엄중한 시기에 힘을 모으자’고 외치면서도, 속으로는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자당에 유리한 쪽으로 이슈를 끌고 가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자유한국당은 ‘정부 무능론’을 내세우며 문재인 정권의 안일한 대응을 연일 지적하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5일) 문 대통령은 남북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일본을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언급하며 “소가 웃을 일”이라고 폄하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이 정부 대책에 대해‘트집 잡기’에만 혈안이 돼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윤관석 민주당 정책위수석부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가 경제적 위기를 앞에 두고 여야가 정파를 따질 이유도, 여유도 없다”며 “정쟁도, 당리당략도 다 때가 있는 법인데, 한국당은 국익 앞에서 멈춰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정부 트집 잡는 야당을 가장 반기는 것은 아베 정부, 일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초당적 협력을 촉구했다.

여야 간 신경전이 쉽사리 봉합되지 않는 것은 일본의 경제보복 해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부품·소재·장비 등 분야의 대(對)일 의존도를 낮추고 자립화를 위한 구조적인 대책 수립을 강조하고 있다.

이날도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부품ㆍ소재ㆍ장비산업의 국산화와 다변화를 촉진해 빠른 시간 안에 기술독립과 장비산업 자립화를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당은 현실적 여건을 감안해 당장 눈에 보이는 피해부터 줄이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사태 해결의 관건은 우리 기업 서플라이체인의 정상화로, 단기적으로 수급이 가능하도록 일본과 협상하고 중장기적으로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 나서야 하는데 엉뚱한 솔루션”이라며 “상상 속 희망과 실현 가능한 대안을 혼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야의 ‘친일 프레임’ 정쟁도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박광온 민주당 최고위원은 “일본의 경제보복은 이 땅에 친일 정권을 세우겠다는 그들(일본 정부)의 정치적 야욕”이라며 사실상 한국당을 겨냥했다.

반면 한국당은 주말 사이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사케 논란’을 집중 비난하며 ‘친일 프레임’ 뒤집기에 나서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도 “여당 일부 의원이 도쿄를 여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하자고 하니 생각나는 것이 있다. 도쿄 소재 아파트를 보유한 분이 (현 정권의) 장관(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라며 공격했다.

앞서 지난 5일에는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현재 상황을 ‘나라의 명운이 걸렸다’, ‘비정상적 경제침략’,‘해결이 어려운 난국’ 등으로 표현하며 강력한 투쟁 의지를 밝혔다.

또, 같은 당 설훈 최고위원도 “정부는 당장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파기하길 주문한다”며 여당 지도부가 직접 정부에 압박을 가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같은 날 경기도 시흥 한국금형기술교육원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정부가 외교도 못 하고 대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어 답답한 상황”(황교안 대표), “문재인 대통령의 신쇄국주의가 대한민국을 다시 구한말 시대로 되돌리고 있다”(나경원 원내대표)고 비난하며‘ 외교참사’로 기업들이 어려워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처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일본 경제보복에 대한 대응 해법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반일 감정을 부추겨 애국심을 유발해 내년 총선을 유리하게 하려는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미숙한 외교 문제 대응이 경제위기로 직결된다는 점을 부각해 당을 결집하고 떨어진 지지율을 다시 끌어 올리려는 한국당의 입장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며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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