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납품업체 벗어나 글로벌 세일즈망 갖춰야"

‘히든 챔피언’ 최고 권위자 헤르만 지몬.
글로벌 강소기업을 일컫는 대명사가 된 ‘히든 챔피언’의 최고 권위자인 헤르만 지몬은 한국의 중소기업에 대해 “대기업의 그늘에서 공급업체로 머무는 데서 벗어나 자신의 글로벌 세일 조직을 갖추고, 국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용기와 에너지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출신의 경영학계 석학인 지몬은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히든 챔피언’의 저자다.

전 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몬-쿠허&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사태 속에서 소재·부품의 국산화 및 관련 중소기업의 육성이 시급한 시점에 지몬과 최근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 대한 조언과 함께 독일의 현재에 대해 들어봤다.

지몬은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해 특강과 세미나를 하기도 했다.

지몬은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술적 노하우를 갖고 있다”면서 “전자와 반도체 부품, 자동차 부품, 기계류 등에서 다양한 영역에서 그렇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지몬과의 일문일답.

- 한국에서는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규제 완화와 세제, 금융 지원 등을 내세워 중소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히든 챔피언’을 육성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한국에서 새로운 행정부는 매번 중소기업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중소기업의 발전은 다소 실망스럽다. 특히 2010년 이후로 한국의 ‘히든 챔피언’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와 산업은행은 많은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재벌은 더욱 강해진 것처럼 보인다. 국제적으로 강한 중소기업들을 육성하는 것은 한국에 여전히 도전으로 남아있다.

- 한국은 일본의 수출 규제 속에서 강소기업 육성에 경각심을 가지게 됐다. 신기술과 혁신 창업으로 일본의 무역 규제를 극복해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이 독점적이거나 절대우위를 보인 분야에서 한국의 ‘히든 챔피언’이 탄생할 수 있다고 보는가.

△한국의 중소기업이 세계시장 진출을 앞두고 겪는 병목현상은 기술적 능력 문제가 아니다. 많은 기업이 재벌에 납품하는 업체다. 대기업의 그늘에서 공급업체로 머무는 데서 벗어나 자신의 글로벌 세일 조직을 갖추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용기와 에너지를 가져야 병목현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중소기업들은 해외 시장에 대한 경험 부족과 언어 문제, 정서 및 문화적 세계화의 부족 등으로 자신의 상품을 갖고 뛰어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지만, 극복해야 한다.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술적 노하우를 갖고 있다. 전자와 반도체 부품, 자동차 부품, 기계류 등에서 다양한 영역에서 그렇다.

물론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일본과 중국, 대만의 큰 기업들과 정면 대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독일의 ‘히든 챔피언’들이 하는 것처럼 틈새시장을 노려야 한다.

- 독일은 제조업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을 서두르고 있다. ‘히든 챔피언’ 기업 가운데서는 스마트 공장 등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다. 최근 독일 정부가 디지털종합정책을 내놓는 가운데, AI 등에서 미국과 중국에 많이 뒤처지는 등 느린 디지털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히든 챔피언’의 4차 산업혁명 대비는 어떤가.

△상황 설명은 맞다. 그러나 이것은 소비자 시장에서의 일이다. 인터넷과 전자상거래는 미국과 중국의 게임이다. 그리고 기차는 출발했다. B2B 디지털화는 상황이 다르다. 많은 히든 챔피언 기업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7천13건의 자율주행 특허가 등록됐다. 이 가운데 48.8%인 3천568건이 독일 기업으로부터 나왔다. 쾰른 기반의 ‘Deepl.com’은 세계 최고의 번역 프로그램이다. 뮌헨공대의 슈미트 푸버 교수에 의해 개발된 ‘LSTM’(The Long Short Term Memory)은 30억대 이상의 스마트폰에 설치돼 있다. AI 애플리케이션을 뒷받침하는 기술이다. ‘Wirecard’는 결제처리 분야의 글로벌 리더다. ‘Teamviewer’의 소프트웨어는 원격 스크린 컨트롤 분야에서 선두 주자다. 이는 15억개의 디바이스에 설치돼 있고, 계속 늘어날 것이다.

- 중국 등에서 ‘히든 챔피언’을 배우기 위해 독일로 많이 오는 것 같다. 최근 ‘히든 챔피언’이 중국 기업에 매각되는 경우가 잦다. 이에 독일 정부는 첨단 기술 기업의 경우 매각 기준을 강화하기도 했는데.

△지난 4년 동안 중국 기업이 인수한 독일 기업은 200여개에 달한다. 독일 기업이 인수한 중국 기업은 50개다. 현재 중국에서 활동 중인 독일 기업은 8천500개에 달한다. 중국에서 2천개 이상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독일과 중국 사이에서는 시장에서 균형이 있다. 폴크스바겐은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선두주자다. 중국인들은 새로운 공장을 짓기보다 인수를 한다. 몇 가지 놀라운 인수작업이 있었다. 중국회사 ‘midea’가 세계 3위 로봇 기업인 ‘KUKA’를 인수한 것도 그렇다. 독일 당국의 새로운 규제는 의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방과 안보, 특수 기반시설과 같은 몇몇 중요한 분야를 제외하고, 특별한 제한은 없어야 한다. 경험적으로 독일 기업을 인수한 중국 기업들이 운영을 잘하고 있기도 하다. 경험적으로 독일 기업을 인수한 미국 기업보다 낫다.

- 독일 경기가 수년간 호황을 누리다 올해 들어 꺾이는 분위기다. 독일의 페터 알트마이어 경제부장관이 최근 발표한 ‘국가 산업전략 2030’에 대해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중소기업 정책을 간과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독일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현재 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가 산업전략 2030’에서 중소기업을 간과하고 있다면, 그것은 좋은 일이다. 나는 항상 정치인들에게 중소기업을 내버려 두고 관료주의를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자본주의는 내버려 두면 잘 작동한다. 때때로 알트마이어 장관은 미래에 올 일을 사기업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것은 아닌 것 같다.

- ‘히든 챔피언’을 뒷받침하는 배경에는 좋은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들이 배출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중요한 것 같다. 기술자를 우대해주는 사회적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히든 챔피언’ 육성에서 교육과 기술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힘을 어느 정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교육 시스템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아카데믹한 교육을 받은 엔지니어와 직업 훈련을 받은 이들, 학위를 가진 이들은 똑같이 중요하다. 자격조건을 갖춘 노동자들(Geselle or Meister)은 독일 사회에서 존경을 받고 있다. 시장에서 수요가 적은 분야인 정치학이나 사회학을 전공한 학자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대학 학위자가 너무 많다. 고도로 발달한 산업 사회에서는 제품을 만들고 수리하고 유지할 수 있는 노동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앞으로 자격을 갖춘 인력을 위한 교육 기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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