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숙 기획자(ART89)
김경숙 기획자(ART89)

얼마 전 서울 시립 미술관에서 ‘데이비드 호크니’전이 끝났다. ‘다시 그림이다(저자. 마틴 게이퍼드)’라는 책을 통해 그의 예술을 만났기 때문에 꼭 보고 싶었던 전시였다.

“화가는 많은 것을 보는 사람이다. 눈으로, 마음으로도 많이 보는 이가 화가다” - 데이비드 호크니

데이비드 호크니는 1937년 영국에서 태어나 1960년대 로스앤젤레스로 이주. 다양한 양식들을 실험하고, 세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바라보았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대중적(인기) 작가이다.

전시가 막바지(8월 4일까지 전시)여서 그런지 긴 줄이 서 있었다. 폭염 속, 한 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를 볼 수 있었다. 전시에 대한 관람 후기 기사(한겨레)를 보면, “우리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시공간적으로 느끼게 해 준 기회가 됐다”

그림(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과 의미는 무엇일까?

김예순 作 ‘동구밖 해바라기’

해바라기, 맨드라미, 바다,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등…셀 수 없이 많은 소재를 가지고 한평생 그림을 그리신 김예순 작가를 만났다.

“내 그림은 빛을 가지고 자연을 그립니다”, “그럼, 미술양식은 ‘인상파’이십니까?”, “예. 따지자면…하지만 빛을 가지고 내가 좋아하는 자연을 그릴 뿐입니다”

그의 작가 노트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빛은 만물의 음과 양으로 재조명하기도 하고 만물 그 자체에 존재하는 색형(色形)을 인간의 심미안(審美眼)을 발현하기도 한다’

인상파. 인상주의는 1874년 30여 명의 작가들이 모인 한 전시회에서 시작되었다. ‘루이 르루아’라는 기자가 잡지에 기고한 글로 인해 ‘인상파’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인상주의 대표적인 그림은 모네의 ‘인상, 해돋이’가 있다.
 

김예순 作 ‘인도여인’

인상주의 시작은 ‘아는 것이 아닌, 보는 것’에 있다. 기존의 그림은 현실의 재현(일치)이나 도구성(종교, 정치, 선전)을 목적으로 외부의 사실적인 공간에 놓여 있었다. 인상주의 그림은 이러한 현실(사실)적인 공간을 분리하여 작가의 눈으로 보는 세계를 화폭에 옮겨 ‘그림을 위한 공간’이 되었다. 그림은 스스로 독립된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그림 같은 세상(황경신 지음)’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마티스의 작업실에 어떤 부인이 와서 그림을 보고 “이 여자는 팔이 왜 이렇게 길어요?” 하니까 마티스가 “봐요, 이게 여자요? 그림이지”

인상주의로 인해 새로운 그림 세계가 열렸고 19세기 후반 후기 인상파(세잔, 쇠라, 고갱, 고흐 등)로 이어져 현대미술의 기초를 마련하였다.
 

김예순 作 ‘모정’

김예순 작가의 ‘모정(母情)’을 보자. 바닷가 빛의 움직임, 사실적인 묘사를 통하여 엄마와 아이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포도를 보고 똑같이 묘사하는 것은 일반사람도 할 수 있지만, 포도의 달콤한 향기를 맛보게 하는 것은 화가의 몫이다’ -김예순 작가

김예순 작가의 그림을 보면 사실적인 묘사이든 색과 형을 통한 추상표현이든 그 어떠한 구분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는 아마도 빛이 주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해 인상파가 되었을 것이다.

‘사계(四季)의 아름다운 자연, 도시와 시골의 풍경, 주변 삶의 일상 등을 붓과 나이프를 통하여 화폭에 옮기는 작업은 내 삶의 전부이고 가치이고 행복이다’ -김예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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