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양파·마늘 정부 수매 보관비용만 33억원 달해
체계적인 수요·공급 관리 전문기관 신설 한목소리

경북 영천시 신녕면의 한 농가에서 수확한 양파가 망에 넣어진 채 쌓여있다.

농산물 과잉생산에 따른 수급 불균형 현상으로 농민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지만 이를 관리하고 예방할 수 있는 전문기관이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농민들은 “지역에서도 농산물 생산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 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마다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거나 폭등하고 있지만 농산물 수급을 안정시켜주는 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경북 영천시 신녕면의 한 농가에서 양파수확이 한창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농산물 수급의 정보를 제공하는 곳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비롯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협 등이 있다. 하지만 국가적인 큰 틀에서의 정보만 제공할 뿐 수급 안정과 실제 지역 농가의 재배와 생산 현황을 농민들이 한눈에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과잉 생산 등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수급 현황을 알기 위해서는 지자체별 담당 부서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과잉생산 전망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전달하다 보니 고령의 농민들은 사실상 정보를 습득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과잉생산 정보를 접하더라도 기존에 재배하던 작물을 쉽게 바꿀 수 없는 농민들의 현실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기관도 사실상 없어서 매년 반복되는 농산물 수급 불균형 현상을 농민들은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달 21일 기준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전국 마늘 생산량은 38만7671t, 양파는 159만4450t으로 지난해 대비 각각 16.9%와 4.8%가 증가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농업관측본부가 지난해 말 예상한 수준보다 각각 2만3000t, 7만8000t이 많다.

일부 과수생산량도 마찬가지다.

 

안동농산물도매시장에 집하된 과일이 경매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경북 북부지역에서는 복숭아와 자두가 한창 수확 중이지만 지난달 25일 기준 안동농산물도매시장의 복숭아 10kg 한 상자 시세는 1만1223원, 자두는 9135원에 거래돼 각각 지난해 2만1278원, 2만2708원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폭락했다.

이처럼 평년보다 많은 양의 농산물이 쏟아지면 가격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공급량이 많으면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해당 농산물의 수요공급을 맞추기 위해 우선 양파와 마늘을 수매하기로 하고 양파 1만2380t에 36억, 마늘 2만3000t 590억을 편성했다.

특히 신선농산물에 해당하는 양파와 마늘의 경우 정부가 수매할 경우 6개월간 한국농식품유통공사 자체기지에서 보관하게 되는데 올해는 수매 물량이 워낙 많아 양파(민간창고 위탁비축 1만2146t)에 12억, 마늘(민간창고 위탁비축 2만2600t)에 21억 원을 추가로 들여 민간창고 임대비용도 편성한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도 국내 농산물 전체 수매에 따른 보관료로 18억 원이 지급되면서 농민들은 농민대로 제값을 받지 못하고 국고 예산도 추가로 낭비되는 상황이 매년 되풀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경북도에서는 지난 4월 경북 도내 농산물 수급 상황을 전반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농식품유통교육진흥원이 출범해 지역 농산물 가격 파동을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산물별 재배면적을 적절하게 관리하기 위해 생산량 관측 고도화와 유통구조개선 등이 내용이 담긴 채소 산업 발전대책을 이달 말쯤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정목 기자
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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