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콧 외면 오해받을까 끙끙

이상길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미국 유학 시절 일본 혼다사의 배기량 2354cc 짜리 2002년식 CR-V 차량을 구매했다. 지금은 배우자 명의로 올려놨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항하는 ‘보이콧 제팬’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일본 차 판매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상길 부시장은 “나와 아내가 미국 유학 후 현지에서 차량을 팔지 못해서 국내로 들여왔고, 폐차 직전의 차량을 아직 처리하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지금 상황에서 공교롭게 일본 차 소유자가 돼버려 난감하다”고 말했다.

경북일보는 3월 28일 전자관보를 통해 공개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경북·대구 공직자의 정기재산변동 신고사항 공개자료를 분석해 공직자 본인이나 배우자의 일본 차 보유 현황을 살펴봤다. 5명이 본인이나 배우자 명의로 일본 차를 소유하고 있다. 이들은 공직자로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받을까 걱정하기도 했고, 저마다 일본 차를 갖게 된 사연을 이야기했다.

대구에서는 이상길 행정부시장 외에 조재구 남구청장이 2011년식 렉서스 ES350(배기량 3456cc)를 본인 명의로 갖고 있다. 조재구 청장은 “지인에게 렉서스를 무상으로 준 뒤 사정상 명의이전을 하지 못했을 뿐”이라면서 “지금은 아이오닉 전기차를 타고 있다”고 했다.

김재우 대구시의원은 2011년식 인피니티 G25(배기량 2500cc)를 타고 다닌다. 김 의원은 “평소 타던 차량이 고장이 잦아 수리비 부담이 큰 상황에서 지인으로부터 일본 차량을 싸게 구매했다”며 “지금 상황이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인피니티 차량을 팔고 국산 차를 산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북에서는 전우헌 경북도 경제부지사가 2017년식 렉서스 RX450h(배기량 3456cc) 하이브리드 차량을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등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우헌 부지사는 “내연 엔진과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엔진을 동시에 장착한 친환경 자동차인 하이브리드 방식의 SUV를 선호하는데, 렉서스 차량만 유일해 구매하게 됐다”며 “특정 일본 차 브랜드를 선호한 결정은 아니었다”고 했다.

홍정근 경북도의원(경산시)의 배우자는 2015년식 렉서스 ES300h(배기량 2494cc) 하이브리드 차량을 타고 다닌다. 홍정근 도의원은 “경산시청에서 퇴직하면서 오래된 국산 차량 대신 렉서스를 아내에게 선물했다”며 “기름값을 절약하기 위해 렉서스 하이브리드 차량을 사줬다. 당시에는 일본 차량을 구매한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일제 불매운동에 일본 차 타는 공직자들은 눈총을 받겠지만, 차를 팔 것을 강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 각자의 양심에 맡기는 수밖에 없으나, 불매운동 확산 여부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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