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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경북포럼] ‘연오랑 세오녀’로 바라본 뉴트로
[새경북포럼] ‘연오랑 세오녀’로 바라본 뉴트로
  • 안수경 포항지역위원회 위원·포항문화원 사무국장
  • 승인 2019년 08월 12일 16시 04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8월 13일 화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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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경 포항문화원 사무국장
안수경 포항문화원 사무국장

우리는 현재 리트로를 넘어 뉴트로 시대, 복고풍 유행 속에 살고 있다. 언제부터였을까? 무엇이 그리도 팍팍한지 연일 들리는 힘겨운 소식에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지고 ‘그땐 그랬지.’라며 과거를 그리워한 오늘이 됨은 이미 오래인 것 같다. 수없이 생각해봐도 전쟁의 포화가 울리는 시기도 아니고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린 때도 아닌데 그때 그 시절을 그리워하다니 참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복고풍 이야기가 나왔으니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원(元)이 고려를 간섭하던 당시에도 유행은 있었다. 고려에는 몽고풍(蒙古風)이, 원에는 고려양(高麗樣) 풍속이 양국에 물 흐르듯 스며들었다. 고려에는 소주, 포도주, 상화와 같은 만두류, 설렁탕과 같은 음식들이, 원에는 미역, 말린 생선, 인삼 그리고 화려하고 우아한 그릇들이 호기심을 자아내며 번져나간 것이다. 역시 예나 지금이나 먹거리가 문화 교류의 0순위인 듯싶다.

이처럼 한반도 문화에 영향력을 끼친 몽고(蒙古)는 어떤 나라였나. 13세기 인류 역사상 유례 없는 대제국을 건설했으며, 그 배후에는 세계 제패를 꿈꾸었던 무소불위(無所不爲)의 몽고 기마군이 있었다. 동쪽 끝나라 고려도 결국 그들과 마주했고, 몽고는 신하의 예를 갖추어 항복을 강요했다. 반도국의 작디작은 나라 고려는 중국을 삼킬 듯 파죽지세(破竹之勢)로 달리고 있는 몽고군에게는 하찮은 약소국에 불과했을 것이다. 감히 누가 대항할 생각을 했겠는가? 그러나 고려인은 달랐다. 결사 항전을 선언한 것이다. 강화도로 천도를 단행하고 최후를 위한 배수진을 구축했다. 대몽항쟁 30년, 6차에 걸친 전쟁,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유린이 이어졌다.
 

[규장각 소장『삼국유사』기이편 <연오랑세오녀> 영인본]

그 아픈 시절, 잃어버린 고려인의 정신과 민족 긍지를 되찾기 위해 집필한 책이 바로 『삼국유사(三國遺事)』이다. 일연스님의 사찬(私撰)으로 이루어진 고귀한 5권은 구태여 요즘 식으로 분류하자면 문·사·철(文史哲)을 망라한 인문종합서이다. 특히 고조선과 초기 국가의 건국신화, 6가야, 향가 등 당대에 알 수 있었던 기록을 정리하였기에 지금까지 기초 사료이자 자료로서 한국학 모든 분야에 있어 원형과 창조를 통해 풍성함을 더해 주고 있다.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고마움이다. 그것은 포항의 정신도 남겨 놓았다. 해맞이의 땅, 일월의 고장, 빛으로 이어지는 광명의 도시 등 여러 수식어 근원이 『삼국유사』 기이편 <연오랑세오녀>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 면면을 조금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자. 일월지(日月池)와 일월동, 도기야·도구리·도구동, 연오 세오가 살았던 세계동(世界洞)까지 신라 8대 아달라왕 즉위 4, 정유년(丁酉年)에 남겨진 기록이니 그 이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누대로 전승되어 온 일월의 터전이라 볼 수 있다. 전해 내려오는 사당은 일월지의 관개수(灌漑水) 덕분에 농사를 잘 짓게 된 농민들이 감사의 예(禮)를 갖추어 봄가을로 제사 지낸 곳이며, 그때 모셔진 신위가 어떤 신위인지 알 수 없으나 연오랑과 세오녀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지금도 동해면 사당에는 일월신위(日月神位)가 모셔져 있다. 앞서 언급한 세계동은 세곡동(細谷洞) 또는 누을동(累乙洞)이라고 불렸는데 1914년 3월 부·군 통폐합 때 신흥 세계 중흥 3동을 합하여 세계동이라 명명하게 되었다. 가히 일월의 정령(精靈)만이 지닐 수 있는 지명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삼국유사』에 의하면 도해(渡海)하여 일본 작은 나라의 왕이 된 연오랑은 빛 잃은 신라를 구할 방법을 찾으러 온 사신에게 흔쾌히 비법을 일러준다. 세오녀가 짠 비단과 이를 바쳐 지낸 제천의식이다. 그 결과 신라땅은 일월여구(日月如久), 다시 해와 달의 빛이 옛날과 같이 돌아온 것이다.

다가오는 10월이면 일월문화제가 열린다. 연일 한·일 관계가 악화 일로를 향하는 현시점에서 『삼국유사』 <연오랑세오녀조>를 되새기며 행복한 행사가 되길 바란다. 더불어 시의적절한 대응과 대처로 지혜롭게 헤쳐나가길 소망해본다. 이것이 진정한 리트로 아니, 그를 넘어선 이 시대의 뉴트로 접목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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