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저물고 있다.

내가 앉은 의자의 중심이 점점 꺼지고 있다.

해는 곧 수평선 아래로 꺼질 것이다.

죽음은 결코 서두르거나 지체하지 않아도 저절로 올 것이다.

나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의자에 앉아 있다.

들판으로부터, 햇빛으로부터, 바람으로부터, 바다로부터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한정된 생애가 풍경으로부터 벗어나려 할수록

의자의 중심은 나를 외면하고 있다.




<감상>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것은 모든 중심에서 밀려나는 것이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의자에 앉아 있어도 의자의 중심은 점점 꺼지고 자신을 외면할 것이다. 죽음을 앞둔 사람은 해가 저물듯 풍경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주어진 생애가 풍경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의자의 중심은, 곧 자신의 모든 자리는 나를 외면할 것이다. 몸부림친다고 외면하는 자리를 피할 수 없고, 시간의 흐름에 그저 몸을 맡길 수밖에 없다. 지는 노을도 잠시 비늘을 껴입고 허물없이 떠나지 않는가.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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