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가정에 설치한 수도 필터가 검붉게 변한다는 신고가 접수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원인 규명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최근 집단 손해배상 소송까지 예고하고 있는 인천의 경우와 판박이다. 인천 서구 지역의 경우도 붉은 수돗물(적수)의 원인을 찾기 위해 정부가 원인 규명 조사반까지 구성했을 정도다. 포항의 경우도 사태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원인 규명이 안 돼 우왕좌왕하고 있다.

사실 포항지역 붉은 수돗물은 이전부터 일부 가정에 간헐적으로 보이던 현상이다. 지난달 오천읍에서 필터가 변색돼 일부 학교에 학교급식이 중단되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포항시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대규모 사태로 번지고서야 대응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다 시의 대응도 시민 정서와 맞지 않아서 시민 불안을 가중 시키고 있다.

포항시는 10일과 11일 포항시 남구 오천읍 부영 1~5차 아파트 개수대와 샤워기에 부착한 필터가 설치 1, 2일 만에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변했다는 신고 46건이 접수됐다고 했다. 수도 필터의 교체 주기가 1, 2개월인 것을 감안 하면 심각한 지경이다. 앞서 지난 5일부터 수도 필터 색이 변한다는 이상 신고가 잇따랐고, 12일까지 주민 신고는 96건으로 100건에 육박했다.

이런데도 포항시는 “자체 검사 결과 수질 기준에는 이상이 없다”면서 “정수 과정에 각종 물질들을 걸러 먹는 물 수질기준에 맞게 가정에 공급하지만 일부 극소량으로 포함된 망간이나 철 성분으로 인해 필터가 변색하는 경우가 있다” 는 전문가 의견만 거듭 강조하고 있다. 주민들은 “물티슈로 수돗물을 3분만 걸러도 검은 찌꺼기가 묻어 나온다. 그동안 이런 물로 밥을 했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는 반응이다.

이런데도 시 관계자가 “자체조사에 이상이 없다. 수질기준에 맞게 공급하고 있다”고 강변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다. “음용에 이상이 없다”던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초기 인천시 담당자들의 말과 판박이다. 포항시는 가장 먼저 수돗물 문제의 근본 원인을 밝혀야 한다.

정부는 우리나라 수돗물의 맛과 수질이 세계적 수준이라지만, 정작 수돗물을 그대로 마신다는 사람은 5% 정도에 불과하다. 그만큼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높다. 노후 불량 수도관은 언제라도 녹물이 흘러나올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교체가 시급한 상수도관은 전국에 산재해 있다. 전국에 매설된 지 20년이 넘는 상수도관은 30%에 육박하고, 내구연한 30년을 초과한 경우도 14%에 이른다. 포항시만 해도 노후 수도관이 350여 ㎞나 된다. 인천과 포항 등의 수돗물 사태가 단순히 지방자치단체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정부가 나서서 맑은 수돗물 정책을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 붉은 수돗물 사태는 지자체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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