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캣맘 "고양이 없으면 쥐 세상···공식 밥 자리 인정해야"
대구 캣맘 "고양이 없으면 쥐 세상···공식 밥 자리 인정해야"
  • 전재용 기자
  • 승인 2019년 08월 13일 19시 56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8월 14일 수요일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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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급식소 시범운영 반발 시민 설득 나서
市, 주민 반응 검토 내년 사업 확대·축소 여부 결정
13일 대구 달서구 장기동 장성초등학교 맞은편 상가 앞에 조성된 ‘길고양이 급식소’에서 캣맘 김보경(38)씨가 고양이 사료와 물을 교체하고 있다. 전재용 기자

“길고양이가 없으면 주거지역은 쥐 세상이 될 거예요”

대구지역에서 길고양이를 보살피는 ‘캣맘’(Cat Mom)들이 반발하는 시민들을 만나면 설득하는 이유 중 하나다.

14일 대구 최초로 조성된 달서구 장기동 길고양이 급식소를 찾자 캣맘 김보경(38)씨도 이 같은 이유에 공감했다. 여기에 길고양이 급식소가 설치되면서 길가에 놓인 쓰레기봉투가 더는 파헤쳐지지 않는 장점도 덧붙였다.

급식소 인근에서 애묘샵을 운영하는 김 씨는 지난달 달서구청에 길고양이 급식소 운영을 신청하고, 인근 길고양이들을 보살피고 있다.

김 씨는 “급식소가 생긴 이후 길고양이들이 사료를 준비해둔 장소에서 밥을 먹고 간다”며 “인근 주민들 민원도 없어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17년 동안 캣맘으로 활동한 태영선(62)씨는 길고양이 급식소가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길고양이 밥 자리를 인정해주면 지역 주민들의 인식이 전환되고, 자비로 활동하는 캣맘들의 부담도 덜해질 것이라는 이유다.

태 씨가 보살피는 길고양이만 400마리 정도다. 매일 40여 ㎏의 고양이 사료를 들고 6시간에서 10시간 동안 달서구 상인동 일대를 걸어 다닌다.

자비로 부담하는 사룟값도 만만치 않다. 온라인으로 후원을 받아 사룟값을 충당하고 있지만, 매달 500∼600만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태 씨는 오랜 기간 길고양이를 보살폈지만, 수년 전부터 허리디스크 협착 등으로 건강이 나빠져 봉사가 힘들어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녀는 “길고양이가 먹지는 않아도 고맙다고 쥐를 잡아 그릇에 놓아둘 때가 많다”며 “도심에 많은 쥐가 돌아다니지 않는 것은 길고양이가 우리 사회에 하나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방정부에서라도 공식적인 밥 자리를 인정해주고, 캣맘뿐만 아니라 봉사자들을 지원해주는 정책을 마련하면 큰 힘이 될 것 같다”며 “모습은 달라도 더불어 사는 생명체인 것을 꼭 알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시는 지난 3월 지역 내 총 10개의 급식소를 조성할 길고양이 급식소 시범 사업계획을 8개 구·군에 공지했다. 사업비는 시와 구·군이 반반 부담해 총 1000만 원이 투입된다.

먼저 달서구청이 지난달 장기동 장성초등학교 맞은편 상가 앞을 포함해 도원동 도원근린공원, 두류동 젊음의 광장 인근 등 총 3곳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해 시범 운영 중이다.

대구시는 오는 9월까지 8개 구·군에서 모두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길고양이 급식소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주민들의 반응과 중성화수술(TNR) 사업과 연계된 효과를 검토해 내년 사업을 확대하거나 축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가지원정책에 대해서는 “동물보호입장에서는 지원이 필요할 수 있지만, 스스로 고양이를 돌보는 이들이 많아 적용하는 기준이 행정적으로 모호하다”며 “우선 주인이 없는 고양이를 사비로 돌보는 자원봉사 개념이 크기 때문에 소규모로 지원 사업을 시범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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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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