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이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恨)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감상> 조국 광복에 대한 염원이 얼마나 간절하면 종로의 인경에다 머리를 박고, 몸의 가죽을 벗겨서 북을 만들어 광복의 행렬에 앞장서려 했겠습니까? 광복을 위해 희생한 이들이 있기에 지금 우리는 자유와 평화와 이성을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정신은 온전히 일제의 잔재의식을 떨쳐버리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일본의 새로운 군국주의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곧 일본의 우군이 많을수록 저들의 횡포는 계속될 것입니다. 민족정신이 하나가 될 때 우리는 온전히 해방된 것이고, 저들의 정복야욕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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