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수,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전 영남대 총장
이효수,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전 영남대 총장

오늘은 일제의 지긋지긋한 식민지 치하에서 벗어난 지 74년이 되는 날이다. 광복절에 우리가 항상 새기고 실천해야 할 일은 다시는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지 않는 선진강국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의 현실은 어떤가? 나라는 “미증유의 외교·안보·경제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이것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8월 12일 여야 5당 대표와의 만남에서 한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라가 총체적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나라가 위기에 빠지지 않고 선진강국으로 가는 길은 무엇인가? 경제강국 및 안보강국이 되고 선진문화가 자리 잡아야 선진강국이 될 수 있다.

한국 경제는 현재 경제강국과 경제 위기로 가는 갈림길에 놓여 있다. 인류 문명사에서 네 번째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고, 제4차 산업혁명에 의해 산업 경제에서 창조경제로 경제발전단계가 이행하는 시기에 들어와 있다. 창조경제는 창의적 지식을 핵심 생산요소로 하는 경제이고 한국인은 우수한 민족이므로, 4차 산업혁명·창조경제 시대야말로 한국이 선진강국으로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그런가 하면 한국경제는 신성장동력 확보 실패, 정책 실패, 인구 절벽 등으로 인해 저성장 함정에 빠져들 위험성 또한 매우 높다. ‘이효수 블로그’는 2017년부터 ‘이효수 경세제민’을 통해 한국 경제가 저성장 함정에 빠지거나 심지어 퍼펙트 스톰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와 더불어 올바른 정책 방향에 대해서 여러 차례 논급한 바 있다.

창조경제는 창의적 지식을 핵심 생산요소로 하는 새로운 경제발전단계이다. 따라서 창의적 지식의 생산 및 활용 능력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제4차 산업혁명·창조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국력을 집중해야 한다. 스스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Y형 인재 육성, 미래산업을 선도할 글로컬 선도대학 육성, 창조경제에 부합하도록 규제 제도 혁신,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R&D 지원 체제 혁신, 지식재산 시장, 창조 금융시장, 창조도시 육성, 생산 및 노사관계 패러다임의 전환 등을 서둘러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창조경제는 지식재산권에 의한 선점 경쟁, 승자독식의 경향이 높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 범용기술의 선도화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경제 패러다임 전환 시기를 더 이상 놓치면 경제강국으로 가는 기회와 미래를 잃게 된다.

제4차 산업혁명 범용기술에서 이미 중국도 우리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시간이 없다. 이 중요한 시점에서 지난 2년간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싸고 국민적 갈등과 에너지를 소진해 왔다. 작금에 일어나고 있는 한일 경제전쟁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위안부 문제 해결 합의 파기와 강제징용 판결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아베 정부가 경제 보복의 칼을 빼 들었고 이에 한국 정부가 맞대응하면서 정치외교 문제가 경제전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국교정상화 이후 지난 54년간 호혜적 국제분업체계를 발전시켜 왔고, 현재 세계 최고의 제조기술과 세계 최고의 소재 기술을 기반으로 형성된 가치사슬을 통해 양국은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부를 축적해 왔다.

그런데 양국 정부는 수출 규제라고 하는 경제외적 강제 수단을 통해 이 가치사슬을 끊겠다고 서로를 위협하고 있다. 양국 사이에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국제분업체계와 가치사슬이 붕괴되면, 양국은 모두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다.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자해행위도 불사하고 모두가 패자가 될 수밖에 없는 전쟁을 하겠다는 것은 참으로 무모하고 어리석은 짓이다. 심지어 양국의 일부 정치인들이 반일 감정, 혐한 감정을 자극하여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우리 스스로 일제의 악몽과 피해 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반일과 친일의 분열적 패배주의 프레임에 자신을 가두어 과거에 함몰되어 미래로 나아갈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반일이 아니라, 일본을 넘어서는 지혜와 실력이 필요하다. 선진강국의 실현을 통해서만 국권 상실의 치욕의 아픔을 치유하고 과거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문제를 정치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하여 해결하고, 일본을 넘어설 수 있는 국력을 기르는데 국민적 지혜와 힘을 모으는 미래지향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리고 외교, 안보, 국방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외교 안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한미일 동맹관계 균열 우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고, 북중러의 관계는 크게 개선되고 있다. 이런 국제관계 구도 변화를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외교, 안보 및 국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기 시작했다.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놓여 있으니, 오늘 통일이 된다 해도 안보와 국방을 튼튼히 해야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킬 수 있다. 주변국들이 함부로 한반도의 영공을 넘나들면 그들은 언젠가 이 나라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나 통일을 위해서도 안보·국방력이 튼튼해야 한다. 세계사를 돌아보라. 힘없는 국가가 외치는 평화는 공허하다. 힘 있는 자가 스스로 힘을 자제할 수 있을 때 진정한 평화가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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