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매 딸 셋 낳아/ 분하다고 지은 내 이름 분한이/ 내가 정말 분한 건/ 글을 못 배운 것이지요/ 마흔서이에 혼자 되어/ 쭈그렁 할머니가 되어/ 공부를 시작했어요/ 글자만 보면 어지러워/ 멀미가 났지만/ 배울수록 공부가 재미나요/ 세상에 이렇게 행복한 일이/ 어디 있을까요/ 구십에 글자를 배우니까/ 분한 마음이 몽땅 사라졌어요” 안동시 찾아가는 한글배달교실 권분한(88) 할머니가 쓴 ‘내 이름은 분한이’다. 올해 여덟 번째인 전국 성인 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이다. 이 시는 최종 본선에 올라간 16편 중 국민 인기투표를 거쳐 최우수상 작품으로 결정됐다.

경북 지역 할머니들은 이미 시로 유명하다. 칠곡군 약목면 복성2리에서 한글을 깨우친 할머니들은 지난 2015년 ‘시가 뭐고?’, 2016년 ‘콩은 쪼매 심고 놀지머’, 2019년 ‘내 친구 이름은 배말남 얼구리 예뻐요’ 등 세 권의 시집을 펴냈다. 이 뿐인가. 시집에 시를 실은 강금연(85)·박금분(89)·곽두조(88)·안윤선(82)·박월선(89)·김두선(86)·이원순(82)·박복형(87)할머니는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에 출연도 했다. 지나온 파란만장한 인생과 현재의 일상을 웃음기 버무린 영상으로 보여주었다.

미국의 돈 셰어와 프레드 사사키가 각계의 시 애호가 50명에게 ‘당신은 왜 시를 읽는가?’라고 물었다. 이들 50명에는 철학자와 인류학자도 있었고, 작가, 영화 평론가, 언론인, 야구선수, 잡지 편집자도 있었다. 이들이 답한 시의 효용은 대략 두 가지로 대별됐다. 그중 하나는 ‘시는 무용하기 때문에 유용하다’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창의력 확장이든, 위안이든, 행동의 수단이든, 정확한 감정의 표현이든, 뭐든 시는 유용하다’는 견해였다.

할머니들이 시를 쓰는 즐거움 또한 ‘시를 왜 읽는가?’라는 물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시를 쓰는 것이 창작 행위이고, 생의 위안이고, 행동의 수단이고, 솔직한 감정의 표현이기 때문일 것이다. ‘칠곡 가시나’들도 전국 시화전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권분한 할머니도 100살이 되어서도 열정적인 시를 쓴 롱펠로처럼 시로 인생의 애환을 노래하시기를….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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