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일부 아파트 단지 경비실 내 냉방기 미설치…근로자 건강 위협
실내 온도 40℃까지 육박하지만 비용 등 이유로 설치 추진 지지부진

포항시 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실. 조립식 가건물로 외부 열기가 그대로 흡수되는데다 내부에는 전자장비가 있지만 냉방장비는 선풍기 밖에 없어 경비원들은 폭염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경비실에 선풍기가 있어도 아무래도 더울 수 밖에 없지요.”

포항 시내 일부 아파트 경비실에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아 경비원이 여름철마다 폭염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에어컨 비용 및 전기료 등을 이유로 설치가 미뤄지면서 매년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고용 취약층’인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입추와 말복이 지났지만 여전한 늦더위 속 포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18일 오후 2시 한 대단위 아파트 단지.

이 단지 경비실은 아파트 각 동 앞마다 조립식 가건물로 된 3.3~6.6㎡(1~2평) 남짓 되는 좁은 공간.

포항의 낮 최고 기온이 32.2℃까지 오른 열기가 흡수되고, 내부 각종 통신·전자 기기 등이 내는 열기까지 더해져 바깥 기온보다 더욱 덥게 느껴졌다.

경비원은 재활용 분리수거·택배 보관 및 전달·청소 순찰 등 업무를 담당하며 대다수는 무더위에 취약한 50대 후반에서 70대의 고령이다.

경비실에는 선풍기가 1~2대 있기는 하지만 뜨거운 바람이 그대로 나와 무더위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었다.
18일 포항시 북구의 한 아파트단지 경비실 내부 수은주가 34도를 가리키고 있다. 같은 시각 바깥의 온도는 30도였다.
한 아파트단지 내 경비원 A씨는 “늦은 장마로 더위가 7월 말부터 시작한 올해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라며 “6월 중순부터 무더위가 지속해 최대 40℃에 육박한 지난해에는 쓰러진 사람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경비원 B씨는 “좁은 공간에 샌드위치 패널 천장 구조인 경비실은 외부보다 2~3℃가량 더 더워 선풍기를 켜도 땀은 줄줄 흐른다”며 “에어컨 설치를 위해 수년 전부터 아파트 주민과 경비원 등이 모인 노사협의회가 열렸지만 결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러한 소식을 접한 포항 지역 어머니들이 많이 찾는 인터넷 카페에서도 “우리 아버지 같은 어르신들이 종일 숨이 턱턱 막히는 이 여름에 에어컨 없는 경비실에서 근무하는 것이 안타깝다”,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을 모아 많은 세대가 비용을 나눠 분담한다면 큰 부담 없이 에어컨 설치가 가능할 듯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에 대해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일부 주민들이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건의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비용 부담도 적지 않고 산적한 다른 과제도 많다. 올해 말께 열리는 장기수선계획에 맞춰 입주자 대표 회의에 말씀을 드려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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