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퍼·피서객 뒤엉켜 사고 위험…안전 기준도 구조 장비도 전무
포항시, 위험지역 경고판 설치 방침

18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 용한리 해변에 물놀이하는 일반인들과 파도타는 서퍼들로 가득한 가운데 안전시설이 없어 사고 발생 위험 우려가 높다. 이은성 기자 sky@kyongbuk.com

포항 내 ‘비지정’ 해수욕장에 안전사고 발생 위험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없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포항시 흥해읍 용한리 간이 해수욕장.

이곳 해수욕장은 강원 양양, 부산 송정과 함께 ‘전국 3대 서핑 성지’로 불릴 만큼 1년 내내 거친 파도가 계속되기로 유명하다.

10일 오후 찾은 이곳 해수욕장에는 수백 명의 파도를 즐기는 서퍼들과 물놀이를 하는 피서객으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서핑보드 또는 튜브에 의지한 채 시시때때로 방향을 바꾸는 높은 파도에 몸을 맡겨 이리저리 떠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쉴 틈 없이 몰아치는 파도에 휩쓸려 어린이들은 물론 성인 남성들도 한순간에 해변에서 4∼5m씩 멀어지는 탓에 안간힘을 써 되돌아오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또 서퍼들 또한 몰려오는 파도를 타고 신나게 질주하다가도 한번 바다에 빠지면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다.

피서객 임모(37·여)씨는 “조금 전 6살 딸아이와 함께 물장난을 치던 중 순식간에 파도가 덮쳐와 수심이 깊은 곳으로 끌려갈 뻔 했다”며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딸과 단둘만 있었을 경우를 생각하니 아찔하다”고 말했다.

이렇듯 큰 사고로 이어질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상황은 계속되고 있지만, 용한리 해변을 비롯한 비지정 해수욕장에는 안전요원, 동력 구조 장비는 전혀 없었다.

물놀이구역 부표 또한 설치돼 있지 않아 이용객들이 깊은 수역으로 제한 없이 나아갈 수 있는 등 안전사고 발생이 우려됐다.

용한리 해변의 경우, 피서객으로 붐비는 해변에서 300∼400m가량 떨어진 곳에 설치된 단 1개의 구명튜브가 안전 시설의 전부다.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해수욕장은 안전요원 배치, 동력 구조 장비 구비, 감시탑 설치, 물놀이구역 부표 설치 등 안전기준을 준수해야 하지만, 비지정 해수욕장에 대해선 별다른 안전기준이 없기 때문.

실제로 비지정 해수욕장에서는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었다.

지난 6일 포항시 북구 송라면 화진2리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던 중 1명이 물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또 지난달 26일 용한리 해변에서 조류에 밀려 해변으로부터 약 1㎞ 떨어진 곳까지 떠내려가던 피서객 4명을 인근 서핑 강습업체 대표와 강사들이 발견해 가까스로 구조하기도 했다.

입소문을 타고 전국 곳곳에서 포항의 해변을 찾는 방문객은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포항시는 ‘지정’ 해수욕장 관리에도 버거워 딱히 손쓸 수 없다는 무책임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포항 내 6곳의 지정해수욕장과 14곳의 비지정 해수욕장이 있는데 이들 연안의 길이를 더하면 총 204㎞에 달해 사실상 모든 연안을 관리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용한리, 이가리, 화진리 등 사고가 빈번한 연안 곳곳에 위험지역임을 표시하는 경고판을 추가 설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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