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론·한일관계 등 고려, 정부·軍 '전력적 모호성' 유지
文 광복절 축사 이후 기류 변화…독도방어훈련 조정 가능성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결정할 시한이 이번 주로 다가오면서 정부의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1년 단위로 연장되는 지소미아는 90일 전 어느 쪽이라도 파기 의사를 서면 통보하면 자동 종료된다. 오는 24일이 연장 여부를 결정할 시한이다.

지소미아가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응하는 하나의 ‘카드’로 인식되면서 정부와 군 당국은 국민 여론과 한일관계 등을 고려해 신중한 태도와 함께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18일 “지소미아 연장 여부에 대해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비록 24일이 연장 여부를 결정할 산술적인 시점이긴 하나, 딱히 이 시점에 구애받지 않고 충분히 검토해서 정부의 입장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다른 당국자는 전했다.

한일 양국이 지소미아를 통해 북한 핵과 미사일 위주의 정보를 교환하는 만큼 안보 문제와 직결돼 있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국방부 입장이다.

정부와 군 당국은 일본의 1차 보복 조치인 반도체 부품 수출규제 때까지만 해도 지소미아를 대응 카드로 고려하지 않았지만, 지난 2일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2차 조치를 결정하자 지소미아 파기까지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검토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애초 강경했던 기류에서 약간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일본과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한 데 이어 여권 일각에서 지소미아 연장 의견이 제기되는 상황 등이 일정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지난 9일 마크 에스퍼 미국 신임 국방장관의 첫 방한을 계기로 이뤄진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미측이 ‘지소미아 연장’을 희망한다는 뜻을 밝힌 것도 정부와 군으로선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정부 관계자는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지소미아를 연장하되, 당분간 정보교환을 중지해 실효성을 약화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지소미아와 함께 군 당국이 이번 달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해온 독도방어훈련에도 관심이 쏠린다.

독도방어훈련은 한국의 고유영토인 독도에 외부 불순 세력이 침입하는 것을 저지하고자 군과 해경이 매년 전·후반기에 시행하고 있다.

올해는 6월에 실시할 계획했으나 한일관계를 고려해 미뤘다. 예년과 유사한 규모로 훈련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일본의 무역 보복 조치 이후 규모를 키우는 방안이 검토됐다.

이와 관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독도방어훈련이 실시되면 해경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고, 육·해·공군이 다 참가하는 방향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미연합지휘소훈련이 종료되는 이달 20일 이후에 시행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이지만, 시기는 여전히 유동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육·해·공군, 해병대, 해경까지 참여하려면 지금쯤 각 군에 훈련 계획과 시나리오 등이 고지되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움직임은 없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6월 18∼19일, 12월 13∼14일에 각각 훈련이 진행됐다.

군 관계자들은 이달 20일 이후에는 훈련 시기와 참가 전력 규모 등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연합지휘소훈련이 끝나는 이번 주가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정부와 군 일각에서는 규모를 조금 줄여 예년 수준으로 시행하거나, 외부에 훈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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