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우선 관리지역 60곳 선정…경북 10곳·대구 3곳 포함

경북 10곳, 대구 3곳의 지자체가 화학사고 지역대비체계 구축이 우선 필요한 전국 60곳 지자체에 포함됐다.

경향신문이 단독 입수한 환경부의 ‘화학사고 예방·대비·대응을 위한 지역대비체계 구축 보고서’ 우선 관리지역 목록(60곳)에 따르면 경북·대구에서는 포항시가 우선 관리 필요성이 가장 높은 4위(공동)에 선정됐다.

단 우선관리지역 60곳의 순위는 데이터에 따라 결정돼 1위가 전국 지자체 중 가장 위험한 지역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어 구미시 14위, 대구 달서구 29위, 대구 달성군 34위, 김천시 37위, 칠곡군 42위, 경산시 43위, 경주시 45위, 대구 서구 46위, 고령군 47위, 봉화군 50위, 영천시 53위, 영주시 57위 순이었다.

전국 지자체 중 우선 관리가 필요한 지역 1위는 전남 여수시, 2위 경기도 안산시, 3위 울산시 남구, 포항과 같은 4위 경기도 평택시, 6위 울산시 울주군, 7위 경기도 시흥시, 8위 충남 서산시, 9위 충북 청주시, 10위 충남 아산시로 나타났다.

지난해 2월~12월까지 원진직업병관리재단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서 연구를 통해 선정한 ‘우선 관리지역 60곳’은 화학물질(사고대비물질)의 취급량, 인구수, 산업단지 생산 규모 등을 분석했다.

이 중 환경부는 2016년 2개(수원·여수), 2017년 4개(평택·양산·광주 광산구·인천 서구), 2018년 4개(파주·화성·청주·영주), 2019년 4개(김해, 구미, 군산, 용인)에서 화학사고 지역대비체계 구축사업을 진행했다.

‘화학사고 지역대비체계 구축사업’은 지역사회 화학 안전관리 체계 및 민·산·관 협치(거버넌스) 체계 구성과 화학 사고에 대한 지자체 대응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016년부터 추진 중인 사업이다.

또한 지역별 특성에 맞는 화학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 제정, 지역 협치에 기반한 화학물질 관리위원회 구성·운영, 지역 비상대응계획 수립 등을 지원한다.

화학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지자체는 환경부(화학물질 안전원)가 제공하는 사고물질정보·영향예측범위 등의 자료를 토대로 인근 주민에게 사고 상황을 신속하게 전파하고, 주민대피명령을 내리는 역할을 담당한다.

지역대비체계 구축 사례로 환경부는 경기도 수원시(시민주도형)와 전남 여수시(기업 주도형)를 꼽았다.

수원시는 화학물질로 인한 하천의 물고기 떼죽음이 계기가 됐다.

2014년 10월 발생한 사고로 2015년 한 해 동안 조례 제정을 위한 작업이 수행됐고, 2016년 초 조례를 제정해 2016년 12월 화학사고관리위원회가 출범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화학 사고대비를 위해서는 기업 참여가 절대적임을 인식하고, 화학사고를 관리하기 위한 민산관 공동위원회를 구성하자며 기업을 설득했다.

기업으로서도 개별적인 주민 민원에 대응하기보다, 협치(거버넌스)를 통해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이롭다고 판단했다.

조례를 준비하고 시행하는 2년의 세월 동안 참여 주체들이 서로를 이해하게 됐고 협력적으로 의논하는 문화가 정착됐다.

여수시의 경우 거대한 석유화학단지가 조성돼 있다.

많은 화학사고를 경험했고 오랜 기간 화학 사고가 지역사회의 중요 의제로 형성돼 왔으며 산업단지 인근 주민들 다수가 이미 이주대책에 따라 다른 지역으로 옮긴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소방 등 공동방재체계를 구축해야 했고, 사업장 간의 누출사고 정보공유도 필요했다.

그러던 중 1999년 여수시 시민 대토론회에서 지역사회와 산업단지 공존의 길이 논의됐고, 여수산단과 여수시가 공동발전협의회를 구성했다.

여수시는 이때부터 이미 시민사회단체가 공동발전협의회에 참가하기 시작했고 공동발전협의회는 여수산단과 여수시가 상생하기 위한 의제를 발굴하는 기구로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운영됐다. 최근 화학 사고에 대한 시민참여의 중요성을 깨달은 여수시 시민사회단체들은 여수시의원과 함께 조례를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올해 구미시가 선정된 것도 큰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다.

구미시는 지난 2012년 9월 휴브글로벌 불산 가스누출 사고로 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 5명이 사망하고 인근 지역 및 현장에 접근했던 3000명 이상이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한 대형 화학물질 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김정수 환경안전건강연구소 소장은 지난 7월 19일 열린 화학사고 지역대비체계 구축 구미시 사업단 1차 회의에서 “구미 불산사고 이후 지자체의 권한을 환경부가 가져와 지자체의 업무가 비면서 구조적인 문제가 생겨 화관법이 개정되고 환경부에서도 지역사고 대비체계 구축을 하고 있다”며“사업장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일은 고용노동부와 산자부 담당으로 2012년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사고도 부지경계를 넘는 순간 환경부의 담당이 됐다. 현재 법체계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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