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정신 빛난 홍콩 시위, 무력진압 절대 없어야
비폭력 정신 빛난 홍콩 시위, 무력진압 절대 없어야
  • 연합
  • 승인 2019년 08월 19일 15시 54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8월 20일 화요일
  • 19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8일 홍콩에서 열린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유혈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주최 측 추산으로 170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도심 시위였지만 주최 측인 민간인권전선의 비폭력 촉구와 경찰의 진압 자제로 특별한 불상사는 없었다고 한다. 주 집회장인 빅토리아 공원의 수용 인원이 10만 명에 불과한데 주최 측은 시민이 집회장에 15분씩만 머무르다 빠져나가 집회가 흐르는 물처럼 무리 없이 진행되도록 하는 유수(流水)식을 활용했다. 주최 측이 강조한 대로 평화, 이성, 비폭력을 뜻하는 ‘화이비(和理非) 집회’를 이뤄냈다. 시위대는 5가지를 요구한다. 송환법 완전 철폐,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중국과 홍콩 당국의 수용 여부를 떠나 집회가 평화적으로 치러졌다는 점은 향후 사태 전개에 시사하는 바 크다. 종착점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해결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6월 초 시작된 송환법 반대 시위는 지난주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달부터 일부 시위대가 경찰과 극렬하게 충돌했고 일주일 전에는 한 여성이 경찰의 빈백건(알갱이가 든 주머니탄)에 맞아 오른쪽 눈이 실명 위기에 처했다. 당시 149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그러자 시위대가 12~13일 국제공항을 점거하는 ‘항공대란’이 벌어졌다. 이에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무장경찰이 홍콩 경계 10분 거리까지 배치되는 등 무력 개입 가능성이 고조됐다. 이런 상황에서 시위대와 당국이 자제력을 발휘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약속대로 고도의 자치를 보장하라는 시위대와 홍콩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중국 정부의 입장차가 여전하다. 본토인의 유입에 따른 집값 폭등과 일자리 문제도 분노를 유발한다. 그렇다고 무력으로 불만을 억누른다면 30년 전 유혈진압으로 끝난 톈안먼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 어떤 명분으로든 무력사용은 정당성을 얻기 어렵고 미국과 함께 G2(주요 2개국)의 일원인 책임 있는 국가가 할 일은 아니다.

홍콩은 중국이 내건 일국양제(一國兩制)의 시험대일 뿐 아니라 국제 항공의 주요 허브 중 하나다. 아시아의 금융 허브이기도 하다. 시위 사태 속에서 홍콩 금융 산업이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태가 이어지자 홍콩 당국은 경제 성장률을 하향조정하고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중국의 무력 개입을 우려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잇따른다. 미국 정부도 무력 진압으로 제2의 톈안먼 사태를 일으키지 말라고 경고한다. 사태가 악화하면 미·중 무역분쟁을 더 꼬이게 하고 세계 경제에도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우려의 강도를 높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홍콩 시위를 톈안먼 사태 방식으로 탄압한다면 양국 무역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콩 사태와 무역협상을 연계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무력 사용으로 전선이 확대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당국과 시민은 대화로써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 국제사회의 우려를 씻어주길 바란다.
 

연합의 다른기사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